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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AAR 밋업] 해외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의 한국 정착기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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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스페셜티 커피가
한국 시장에서 단계별로 성장한 과정



해외 브랜드를 한국으로 가지고 오는 것은 생각만해도 막막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차별화된 브랜드로 자리잡게 될 것은 분명하죠. 그러나 해외에서 성장한 브랜드를 한국에 같은 모습으로 다시 뿌리내리게 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이번 AAR 밋업에서는 해외에서 시작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를 한국에서 성장시킨 멤버 혜빈님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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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에서 100까지

2006년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2016년 한국에 첫 숍인숍 매장을 열었습니다. 제3의 커피 물결(Third Wave Coffee)을 만드는 데도 일조한 브랜드였죠. 처음에는 편집숍의 숍인숍 형태로 운영되다 본격적으로 국내 유통도 시작됐습니다. 2022년에는 한국 법인이 설립됐고 한국 법인은 베를린 본사의 개입을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브랜딩, 마케팅, 상품 개발은 전적으로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어요. 혜빈 님은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의 1에서 100까지 성장기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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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빌딩: 용인술과 조직 정비

혜빈 님이 맡은 역할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조직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 둘째, 기준을 설계하고 합의를 만드는 일. 셋째, 비즈니스 운영에서 밀리기 쉬운 브랜드의 본질을 꾸준히 주장하는 일이었습니다.

처음 3개월은 각자도생으로 일하던 팀을 정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업무 체계와 도구를 교육하며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정보가 휘발되면 얼마나 힘든지, 자료를 어떻게 아카이빙해야 하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소통할 때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면 나중에 발생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미팅 방식, 용어 통일 같은 규칙들을 정리했습니다.

처음 팀장을 맡은 혜빈 님에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사람 관리였습니다. 이때 배운 개념이 '용인술'입니다. "옳은 사람을 옳은 자리에 앉힌다"는 원칙으로 예를 들어 기획자가 제작자 자리에 있으면 맞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고 나니 역량과 니즈에 따른 팀 빌딩이 수월해졌다고 합니다.


'카페'와 '브랜드'의 차이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에는 감각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비즈니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사람은 적었습니다. 혜빈 님은 이 균형을 맞추는 일을 했고, 가장 큰 작업이 오프라인 중심 비즈니스를 온라인 생태계로 확장하는 것이었습니다. 

"나 이 카페 좋아해"와 "나 이 브랜드 좋아해"는 엄연히 다릅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소비하기 위해 카페 방문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소식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위해 브랜드의 존재 이유, 슬로건에 대한 내부 의견을 취합하고 소비자에게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하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운영단에서는 어떻게 서비스할 것인지, 메뉴로는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콘텐츠 마케팅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풀 것인지를 계속 맞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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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맞춤 전략: 서울 라떼의 탄생

혜빈 님이 입사해서 진행한 핵심 작업 중 하나는 국내 시장을 고려해 기획한 제품의 특징들을 수면으로 드러내는 일이었습 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브루잉 문화가 일상적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이스 메뉴와 우유 베이스 라떼를 압도적으로 선호합니다. 라이트 로스팅의 산미 강한 스페셜티 커피에 "너무 셔요, "레모네이드 같아요"라는 컴플레인이 끊이지 않았고, 베를린 본사와 로스팅 정도를 계속 조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발된 것이 '서울 라떼'입니다. 한국인들의 우유 베이스 선호, 점심 후 살짝 달달한 음료를 원하는 니즈, 아주 달면 안 되고 적당해야 한다는 조건들을 반영해 산미 있는 커피와 잘 블렌딩된 우유, 적당한 당도의 라떼가 만들어 졌습니다. 혜빈님은 서울라떼의 특징을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각인시키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서울라떼는 현재까지도 압도적으로 매장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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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여정 설계

고객 여정도 단계별로 설계했습니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 원두 구매까지 이르도록 드립백, 파우더 커피, 캡슐 커피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습니다. 상세 페이지도 무수히 반복해 개선했습니다. 베를린 웹사이트는 똑같이 생긴 원두 패키지를 그냥 나열해 놓고 텍스트로만 설명하는 반면, 한국 웹사이트는 감각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가 뭔지 모르는 소비자들, 상세 페이지를 다 읽지 않는 소비자들을 위해 가장 각인시킬 수 있는 이미지를 먼저 배치하고, 원두 빈 사이즈까지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치환했습니다.

슬로건 번역에서도 소비자 관점이 핵심이었습니다. ’Unnecessarily Good‘을 ‘불필요한 집착’으로 번역해 쓰고 있었는데, 불필요한 집착을 하는 브랜드라는 인상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필요 이상의 집착’으로 바꿨습니다. 이후에는 이 표현조차 브랜드 입장의 언어이지 소비자 관점이 아니라고 판단해, "데일리 프리미엄"이라는 가장 쉬운 언어로 마케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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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가치를 지키며 매출 만들기

캠핑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소비자에게 닿는 방법, 어려운 스페셜티 커피를 일상에 가깝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조직 내에 스타일이 좋은 바리스타가 있었는데, 실제로 장비를 들고 캠핑을 다니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의 모든 소지품을 빌려 "Anytime, Anywhere" 캠페인을 촬영했습니다. 온라인 셀렉트숍과 연계해 화보를 발행하고, 자사몰에서 캠페인 세트를 묶어 판매했습니다. 캠핑 커뮤니티에서 바이럴을 타면서 새로운 소비 맥락이 만들어졌습니다.

티백 커피   상품성이 부족한 제품을 브랜드 방식으로 풀어낸 사례입니다. 티백 커피는 아이스로 마시기 어렵고 한국인들은 거의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인데, 편의성 대신 '휴식'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했습니다. "차를 마시듯 휴식하는 커피 브레이크 타임을 즐기자"는 컨셉으로, 해외 리사이클링 브랜드와 협업해 플레이트를 제작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브랜드 톤앤매너에 맞는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었습니다.

항공사 협업   국내 항공사와 협업해 처음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기내에서 서비스하게 되었습니다. 기압이 다르기 때문에 땅에서 마시는 커피 맛과 다른데, 실제로 상공에 올라가서 테스트하며 전용 블렌드를 개발했습니다. 


CRM과 고객 경험의 디테일

자사몰을 새로 빌딩하면서 고객 여정을 처음 구매부터 끝까지 테스트했습니다. 스크롤을 어느 정도 했을 때 클릭이 줄어드는지, 어떤 메시지를 보냈을 때 어디에서 반응이 일어나는지 디테일하게 확인했습니다. 메시징 채널이 가장 팬덤이 모이는 채널이 되었습니다. 구독자들의 상품 구매 확률이 높았고, 프로모션 시 약 80%가 재구매 고객이었습니다. 이벤트 때마다 이 채널로 트래픽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썼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커피의 향과 맛을 전달하기 위해 영상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가치 기반으로 소비하는 것이지 가성비로 소비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캠핑에서 일몰과 함께, 아침에 혼자, 작업실에서, 오피스에서 동료와 함께 등 다양한 일상 상황을 디테일하게 쪼개서 영상을 만들고 광고를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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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확장과 전략적 협업

2024년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본격적으로 확장했습니다. 혜빈님은 매장의 초기 세팅과 고객 경험을 담당했어요. 투 자사가 패션 회사였기 때문에 패션 브랜드가 늘어날 때마다 국내 인샵 매장을 속도감 있게 확장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투자사 덕분에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와의 카페 협업도 진행 했고, 브랜딩에 대한 이해도와 해외 브랜드 톤앤매너를 맞출 수 있는 역량이 핵심 조건이었습니다. 혜빈 님이 퇴사하기 직전에는 한 주에 하나씩 매장이 오픈될 정도로 전국으로 빠르게 확장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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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규모를 아는 것

혜빈 님은 자신의 규모를 1부터 100까지 만드는 사람으로 정의했습니다. 브랜드의 크기는 1000, 10000 이상을 향해 가고 있고, 매장도 많이 늘고 상품군도 다양해지며 더 대중화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그 방식으로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이 이상으로 가면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가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회사에도 그 규모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오는 게 맞다고 판단해 최근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퇴사 후 혜빈님이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은 에너지의 80%를 회사에 쓰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집안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를 퇴사하고 나서야 다시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조직에서 주어진 역할과 미션에서 벗어나 세상에서 스스로 부여한 역할과 미션으로 살아 가고 싶다고 해요. 지금 혜빈님은 로컬과 시즈널 식문화를 탐구하는데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2026년 1~2분기에는 혜빈님의 시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게 목표이고, 지역의 생산자들을 직접 찾아가 비즈니스 구조를 파악해 볼 예정입니다. 혜빈님의 다음 스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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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연결될 때, 

성장은 더 멀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