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 봄시즌은 유난히 이벤트가 많았었죠. 25년 봄시즌의 마지막 이벤트로는 왓챠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를 연출한 박경원 감독을 초청해 스페셜 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야구 다큐멘터리 제작기를 들으며, 한 조직이 변화하는 과정을 어떻게 기록했는지 쉽게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참석한 멤버 대부분은 의외로 야구 팬이 아니었음에도, 조직의 리빌딩과 리더십, 변화, 충돌 등 팀워크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는 맥락에서 적극적으로 공감했습니다. 야구라는 소재를 통해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나누며, 풍부한 인사이트를 나누었습니다.

스포츠 다큐멘터리가 아닌 오피스 다큐멘터리
박경원 감독님은 자신을 '고용된 연출가'라고 소개하며,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배경부터 차근차근 풀어갔습니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계에서 시작해 방송 다큐와 OTT 콘텐츠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경험한 그는 <클럽하우스> 제작 제안 당시 야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오히려 그 거리가 이 작품을 차별화하는 요소가 되었음을 설명했습니다.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는 '만년 꼴찌' 프로야구팀의 1년간 리빌딩 과정을 따라간 다큐멘터리입니다. 촬영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촬영 후 3년이 지난 지금, 조직 리빌딩의 효과로 현재 한화 이글스는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 상위권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기존 스포츠 다큐멘터리처럼 선수 개인의 기량과 스포트라이트에 집중하기보다는, 팀이 어떤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움직이며, 조직이 변화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데 중점을 둔 작품입니다. 감독님은 "나는 스포츠 다큐를 만든 것이 아니라 오피스 다큐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히며, 촬영 당시의 감정과 제작 의도를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팀의 리빌딩은 상징적인 인물 '김태균'을 전면적으로 정리하는 순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조직은 "팀의 상징적인 존재를 지움으로써, 애매한 중고참들도 자연스럽게 물러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내부적으로 여러 갈등을 수반했지만, 그만큼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리더십이기도 했습니다.
외국인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의 등장도 주목할 만했습니다. 그는 팀의 자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실패할 자유와 신념이라는 두 가지 철학을 강조하며,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팀을 이끌었습니다. 실제로 세 명의 젊은 선수가 무조건 100타석 이상의 기회를 보장받았고, 그들은 실패를 통해 자신감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때로는 감독 자신도 이 방식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는 약속을 지켰고 끝까지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리빌딩이 진행되며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한 선수가 트레이드되기 전 프런트 내부에서 벌어지는 회의 장면이었습니다. 감독, 단장, 전략팀장이 말판을 펼쳐놓고 누가 떠날 수밖에 없는지를 토론하는 장면에서, 야구선수가 아닌 한 '조직 구성원'으로서 기능을 평가받고 결정되는 그 단면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트레이드 통보는 경기 당일, 그 선수 본인에게 전달되었고 그는 눈물 속에 팀을 떠났습니다. 동시에, 다른 팀에서 온 선수는 주목을 받으며 클럽하우스에 입장합니다. 떠나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의 감정의 간극, 공기의 분위기, 동료의 애틋한 시선들이 겹쳐지며 '누군가는 떠나야만 다른 누군가가 올 수 있는' 조직 구조의 냉정함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줍니다. 야구장은 '개인사업자들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같은 팀이라 해도 각 선수들은 자신의 FA 자격, 연봉 협상, 내년도 생존을 위한 퍼포먼스를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죠.

감독님이 말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말루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이성열 선수에게 감독이 마지막 통보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감독은 그에게 멋진 마지막 타석을 선물했지만, 선수는 자신의 생명력이 연장된 줄로 착각했다는,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가 담겨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을 '클럽하우스'로 지은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선수들만 드나드는 폐쇄적인 공간으로, 야구장 안에서도 가장 내밀한 조직 내부입니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 토론, 눈물, 교체, 성장의 순간들을 포착하는 것이 감독님의 주된 목표였습니다. 그는 타이틀 영상에서부터 기존 스포츠 다큐에 흔히 등장하는 환호성, 타격 장면, 눈물겨운 감동 음악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클럽하우스의 내부를 보여주는 드론샷으로 다큐멘터리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습니다.
다큐멘터리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는 무언가에 대한 답을 주고자 하지 않습니다.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담으며 조직 변화라는 게 단기적 성과로 정의되지 않고, 실패와 성공을 아우르며 복잡한 흘러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멤버들과 나눈 감상
참석한 멤버들은 각자의 삶과 조직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질문과 소감을 던졌습니다. 특히 리조트 설계, 이커머스, 통신사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일하는 참석자들이 야구라는 전혀 다른 세계를 통해 자신이 속한 조직의 리더십과 팀 문화에 대해 되돌아 보았습니다.
"저희 팀도 요즘 내부 리빌딩 중인데, 꼭 사람을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베테랑과 젊은 구성원 간의 조화를 위한 프로그래밍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시니어 한 분이 아무런 사전 고지도 없이 다른 부서로 인사 발령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조직도 야구 팀처럼 누군가는 방출되고 누군가는 FA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너무 닮았습니다."
"'최강야구' 프로그램을 즐겨보았었는데요. 시니어와 주니어가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현실의 오피스와 똑같은 점에 마음이 갔었습니다"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는 감독도, 참석한 멤버들도 말했듯이 '야구'를 통해 '직장'이라는 조직을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변화하려는 조직이 얼마나 치열하게 갈등하고, 흔들리고, 성장하는지를 담겨져 있습니다. 사람을 평가하는 구조, 결과로 이야기되는 성과, 결국 실적이 모든 것을 정의하는 체계 말이죠.
오늘 스페셜 토크는 성공한 케이스 스터디를 분석하는 시간이 아닌, 정답 없는 질문을 던져가며 '야구'란 스포츠에서 예상치 못한 자극을 받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조직은 변해야 할까요? 이미 무너진 상태는 아닐까요? 변화해야 한다면 어떤 리빌딩을 겪게 될까요? 이 질문들을 두고, 감독님이 말했던 '기록하는 사람의 관점'으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과정을 남길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25년 봄시즌은 유난히 이벤트가 많았었죠. 25년 봄시즌의 마지막 이벤트로는 왓챠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를 연출한 박경원 감독을 초청해 스페셜 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야구 다큐멘터리 제작기를 들으며, 한 조직이 변화하는 과정을 어떻게 기록했는지 쉽게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참석한 멤버 대부분은 의외로 야구 팬이 아니었음에도, 조직의 리빌딩과 리더십, 변화, 충돌 등 팀워크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는 맥락에서 적극적으로 공감했습니다. 야구라는 소재를 통해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나누며, 풍부한 인사이트를 나누었습니다.
스포츠 다큐멘터리가 아닌 오피스 다큐멘터리
박경원 감독님은 자신을 '고용된 연출가'라고 소개하며,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배경부터 차근차근 풀어갔습니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계에서 시작해 방송 다큐와 OTT 콘텐츠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경험한 그는 <클럽하우스> 제작 제안 당시 야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오히려 그 거리가 이 작품을 차별화하는 요소가 되었음을 설명했습니다.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는 '만년 꼴찌' 프로야구팀의 1년간 리빌딩 과정을 따라간 다큐멘터리입니다. 촬영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촬영 후 3년이 지난 지금, 조직 리빌딩의 효과로 현재 한화 이글스는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 상위권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기존 스포츠 다큐멘터리처럼 선수 개인의 기량과 스포트라이트에 집중하기보다는, 팀이 어떤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움직이며, 조직이 변화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데 중점을 둔 작품입니다. 감독님은 "나는 스포츠 다큐를 만든 것이 아니라 오피스 다큐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히며, 촬영 당시의 감정과 제작 의도를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팀의 리빌딩은 상징적인 인물 '김태균'을 전면적으로 정리하는 순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조직은 "팀의 상징적인 존재를 지움으로써, 애매한 중고참들도 자연스럽게 물러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내부적으로 여러 갈등을 수반했지만, 그만큼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리더십이기도 했습니다.
외국인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의 등장도 주목할 만했습니다. 그는 팀의 자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실패할 자유와 신념이라는 두 가지 철학을 강조하며,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팀을 이끌었습니다. 실제로 세 명의 젊은 선수가 무조건 100타석 이상의 기회를 보장받았고, 그들은 실패를 통해 자신감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때로는 감독 자신도 이 방식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는 약속을 지켰고 끝까지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리빌딩이 진행되며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한 선수가 트레이드되기 전 프런트 내부에서 벌어지는 회의 장면이었습니다. 감독, 단장, 전략팀장이 말판을 펼쳐놓고 누가 떠날 수밖에 없는지를 토론하는 장면에서, 야구선수가 아닌 한 '조직 구성원'으로서 기능을 평가받고 결정되는 그 단면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트레이드 통보는 경기 당일, 그 선수 본인에게 전달되었고 그는 눈물 속에 팀을 떠났습니다. 동시에, 다른 팀에서 온 선수는 주목을 받으며 클럽하우스에 입장합니다. 떠나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의 감정의 간극, 공기의 분위기, 동료의 애틋한 시선들이 겹쳐지며 '누군가는 떠나야만 다른 누군가가 올 수 있는' 조직 구조의 냉정함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줍니다. 야구장은 '개인사업자들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같은 팀이라 해도 각 선수들은 자신의 FA 자격, 연봉 협상, 내년도 생존을 위한 퍼포먼스를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죠.
감독님이 말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말루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이성열 선수에게 감독이 마지막 통보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감독은 그에게 멋진 마지막 타석을 선물했지만, 선수는 자신의 생명력이 연장된 줄로 착각했다는,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가 담겨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을 '클럽하우스'로 지은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선수들만 드나드는 폐쇄적인 공간으로, 야구장 안에서도 가장 내밀한 조직 내부입니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 토론, 눈물, 교체, 성장의 순간들을 포착하는 것이 감독님의 주된 목표였습니다. 그는 타이틀 영상에서부터 기존 스포츠 다큐에 흔히 등장하는 환호성, 타격 장면, 눈물겨운 감동 음악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클럽하우스의 내부를 보여주는 드론샷으로 다큐멘터리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습니다.
다큐멘터리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는 무언가에 대한 답을 주고자 하지 않습니다.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담으며 조직 변화라는 게 단기적 성과로 정의되지 않고, 실패와 성공을 아우르며 복잡한 흘러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멤버들과 나눈 감상
참석한 멤버들은 각자의 삶과 조직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질문과 소감을 던졌습니다. 특히 리조트 설계, 이커머스, 통신사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일하는 참석자들이 야구라는 전혀 다른 세계를 통해 자신이 속한 조직의 리더십과 팀 문화에 대해 되돌아 보았습니다.
"저희 팀도 요즘 내부 리빌딩 중인데, 꼭 사람을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베테랑과 젊은 구성원 간의 조화를 위한 프로그래밍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시니어 한 분이 아무런 사전 고지도 없이 다른 부서로 인사 발령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조직도 야구 팀처럼 누군가는 방출되고 누군가는 FA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너무 닮았습니다."
"'최강야구' 프로그램을 즐겨보았었는데요. 시니어와 주니어가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현실의 오피스와 똑같은 점에 마음이 갔었습니다"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는 감독도, 참석한 멤버들도 말했듯이 '야구'를 통해 '직장'이라는 조직을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변화하려는 조직이 얼마나 치열하게 갈등하고, 흔들리고, 성장하는지를 담겨져 있습니다. 사람을 평가하는 구조, 결과로 이야기되는 성과, 결국 실적이 모든 것을 정의하는 체계 말이죠.
오늘 스페셜 토크는 성공한 케이스 스터디를 분석하는 시간이 아닌, 정답 없는 질문을 던져가며 '야구'란 스포츠에서 예상치 못한 자극을 받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조직은 변해야 할까요? 이미 무너진 상태는 아닐까요? 변화해야 한다면 어떤 리빌딩을 겪게 될까요? 이 질문들을 두고, 감독님이 말했던 '기록하는 사람의 관점'으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과정을 남길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