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계신가요? 줄곧 공공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저는 제가 가보지 않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있습니다. 때론 전혀 다른 생태계에서 업을 이어나가는 분들에게 ‘제 환상을 깨주세요’라고 묻기도 합니다.
조직문화와 같이 조직의 다름에서 오는 경험의 차이가 개인에게 과연 어떤 성장의 기회를 가져다주는지 궁금했던 요즘, 성장에 대한 갈증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거쳐 다시 대기업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는 진비님을 만났습니다.
어떻게 변화를 시도하고 수용했는지, 기대와 달랐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고 싶은 나의 커리어 트랙은 무엇인지 진비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디자인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진비님의 스토리가 궁금해요. 처음 어떻게 커리어를 시작하셨고, 현재는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올해로 8년 차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는 저는 대기업에서 화장품 제품 디자인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브랜딩’이란 하고 싶은 분야가 명확했어요. 당시만 해도 브랜드는 디자인으로 통용되었고 아무래도 제조업과 오프라인 브랜드가 강세였던 때라 자연스레 ‘화장품 패키지 디자인’이라는 분야에서 시작하게 되었죠. 화장품 브랜드에서는 제품이 곧 패키지이다 보니 패키지 디자인과 브랜드 디자인을 병행했다고 보시면 돼요. 지금은 다른 대기업에서 그룹사 내외의 디자인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여러 팀의 의견을 아우르는 조정자의 역할이 커요.
하고 싶은 분야가 처음부터 명확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나요?
커리어 시작 단계부터 하고 싶은 분야가 명확했던 이유는 평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이에요. 실제 이런저런 고민에 복수전공도 세 번이나 시도하면서 학부 생활을 무려 7년 정도 했어요. 세 번째로 선택한 복수전공이 시각디자인이었거든요. 그만큼 스스로 묻고 찾고 고민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확신을 두고 시작한 커리어인데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전환을 시도한 계기가 있었나요?
누구나 그렇듯 첫 직장에서 3-4년 정도 지나자 업무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었어요. 이게 그 당시 제 스스로 정의한 저만의 ‘성장’이었던 것 같아요. 4년간 팀을 적극적으로 옮기면서 신규 브랜드 TF부터 럭셔리 브랜드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하면서 아무래도 디테일이 중요한 화장품 패키지 디자이너의 길을 계속 갈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묻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는 큰 그림을 그리며 방향을 조율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았거든요. 동시에 언젠가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싶다는 생각도 있었기에 초기 스타트업에 유일한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기획자로 옮기게 되었어요. 나름 속도감있게 사업도 추진해보고 싶었고요.
진비님의 HFK 첫 시즌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의 경험, 어떻게 달랐나요?
가장 큰 차이는 결국 규모에서 오는 경험이 다르다는 거예요. 스타트업에서는 보다 빠른 속도로 제가 주도해서 사업을 추진해 볼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예산과 인원 규모에서 전과는 차이가 있었어요. 당시 월요병이 없었을만큼 몰입해서 일했던 만큼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이 후회는 없었지만 동시에 회사에서 말하는 성장이 내가 원하는 성장인지 묻게 되었어요.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창업이 쉽지 않다는 것도 체감했고요.
어찌보면 그곳에서 또다른 한계를 마주한거네요.
환상이 없어졌다고나 할까요. 시도해보지 않았다면 미련이 있었겠지만 나름 서로 다른 규모의 스타트업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장단점을 명확하게 체감했고 ‘과연 창업가의 길을 걷고 싶은가’란 고민에 대해 결론을 저 스스로 내릴 수 있었어요. 덕분에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은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현재 직무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다시 대기업 인하우스로 오게 되었어요. 어떤 조직에서 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회사 규모 자체가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이냐 대기업이냐 양분할 수는 없어요. 다만 장점만큼 감내해야 할 것들이 있다 보니 환상을 깨야 냉정하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조직에서의 경험이 디자인을 중심으로 진비님의 커리어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여러 시도를 경험하면서 지키고 싶은 혹은 놓치고 싶지 않은 진비님만의 일에 대한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이것이 제가 일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이에요. 패키지 디자인으로 시작했지만, 초기 스타트업부터 유니콘 그리고 지금의 대기업까지 추구하는 키워드는 ‘브랜드 디자인 기획/전략’인데 다행히 이전의 커리어의 경험이 다음 커리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가 영역을 넓혀가고자 했던 기획 파트의 업무들의 비중이 제 포트폴리오에서 점점 늘어났거든요. 앞으로도 프로젝트 기획에 대한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싶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란 말이 ‘나는 성장하고 있는가’라고 들리네요. 진비님이 생각하는 ‘성장’이란 무엇인가요? 현재 진비님이 원하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되나요?
제가 생각하는 성장은 이전과 달리 제 시야가 확장되었다고 느꼈을 때예요. 그때 당시에는 미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중에야 깨닫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전에는 스타트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초기 단계에 대해서만 고민했는데 막상 경험하고 나니 조직관리나 리더십 등 스타트업을 지속하기 위한 요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죠. 디자인적인 요소만 생각하다 조직 관점에서 보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성장에 대한 정의도 계속 달라지는 것 같아요. 첫 회사에서는 업무적 경험의 속도가 성장의 기준이었다면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을 통해 회사와 제 성장속도가 꼭 일치하지 않더라도 저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성장으로 보게 되었어요. 회사에서의 성장만을 성장이라고 보지 않게 되었죠.
진비님과 함께 한 이벤트
이렇게 자기 일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중간에 ‘과연 이 길이 맞나’라고 흔들린 적은 없었나요? 잠시 커리어 상 공백기를 가진 적도 있었나요?
매번 흔들리기 때문에 용기를 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첫 직장 퇴사 후 1년 정도 쉰 적이 있어요. 당시 스타트업에 도전해 볼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대기업에서의 경력이 분명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어요. 쉬는 1년간 정말 재밌게 놀고 공부도 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의도적인 갭이어가 되었죠. 갭이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고 있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일까요. 두 번째 스타트업 퇴사 후 현 직장에 오기 전까지 6개월 정도 텀이 있었는데 공백기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디자인 그리고 디자이너의 역할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런 시대의 변화는 진비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시대가 이야기하는 브랜드에 대한 관점이 변하다 보니 자연스레 제 관심도 디자인에서 기획으로 옮겨지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는 기술과 함께 감각이 동반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디자이너의 수명이 짧거든요. 디자이너에게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크리에이티브는 필수조건인데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감각이 무뎌지다 보니 ‘언제까지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앞으로 저는 디자이너로서 ‘기획’을 강점으로 가져가고 싶어요. 사회에서 통용되는 좁은 의미의 디자인(스킬)이 아닌 보다 넓은 의미의 디자인(브랜드 전략기획)이요.
진비님과의 만남 후 마음속에 떠오른 한 문장은 바로 “기획도 디자인이다” 였습니다. 십여 년 넘게 한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오다 보니 저 스스로 때론 오히려 그 분명함이 제 커리어의 범주를 한정시키는 건 아닌지 의심하곤 했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디자인의 정의처럼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실험하는 진비님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이 실험은 ‘내가 하고 싶은 직무인가’란 일에서의 자신의 욕구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였습니다. 욕구가 명확할 때 비로소 나의 경험이 과연 이 조직에 필요한 것인지, 나의 장점이 이 조직에서 유용하게 쓰일지 분별하는 기준이 된다는 사실도요.
대 퇴사 시대를 맞이하여 언론을 통해 소위 성공적인 이직 사례를 접할 때마다 반드시 이직해야만 성장하는 것이냐는 의문과 동시에 이직을 통한 변화가 언제나 내 맘처럼 쉽지는 않은 터라 혹시 나에게도 ‘성장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정의하는 성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 환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또는 그 환상을 깨기 위해 지금 나는 어떤 실험을 하고 있나요? 내가 정의하는 나만의 ‘성장’은 무엇인가요?
판을 만들고 공공가치를 확산시키는 커넥터로서 사람/지역/국가 간 파트너십 제고를 위한 프로젝트 기획 14년차로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퇴근후에는 커뮤니티와 글쓰기를 통해 낯선 환경과 다른 사람들에 나를 노출시키며 나다운 선택을 위한 경험수집가 이기도 합니다.
오유리 HFK Operating Partner (고급진영어)• (현) 영어코칭/번역 프리랜서• (전) TNS 유리님은 여느 때와 같이 빳빳하게 다려진 새하얀 화이트 셔츠를 입고, 허리를 곧게 세우고 조곤조곤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HFK가 말하는 인재상(지성, 관계, 성장)에 딱 맞는 그녀. 공부만 했던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 같다고, 걱정하며 헤어졌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니 누구보다 호기심 넘치고, 발 빠르게 실행하며, 자신에게 꼭 …
“덕수궁 돌담길 초입에 은근하게 숨어 있는 도심 속 사색 공간 <마이시크릿덴>은 자기계발 커뮤니티를 통해 인연을 맺은 직장인 15명이 자기계발의 확장으로 의기투합해 만들어 운영하는 프라이빗 공간이다. 올 4월에 문을 연 <마이시크릿덴>은 낮에는 예약제 서재로 운영이 되어 창밖으로 펼쳐지는 돌담길 풍경을 바라보며 사색을 할 수 있고, 밤에는 각자 좋아하는 안주를 직접 들고 오거나 인근 음식점에서 배달해 가볍게 …
이현주 HFK Content Partner (트렌드슈팅) (현) 디자인피버 이사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2018년 아직 쌀쌀한 봄이 막 시작되던 시기에 그녀는 ‘HFK 트렌드슈팅’이라는 테마에서 ‘필드트립’을 진행하는 콘텐츠 파트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어딘지 쎈언니의 포스가 풍기던 그녀. 첫 번째 필드트립에서 그녀의 PPT를 보고 ‘역시 내 예감이 맞았어!’ 속으로 생각했다. 그때 PPT 제목은 ‘삐딱하고 까칠하게’였는데 대체 …
멤버 인터뷰: 나와 일과의 연애사, 진비님
여러분은 혹시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계신가요? 줄곧 공공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저는 제가 가보지 않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있습니다. 때론 전혀 다른 생태계에서 업을 이어나가는 분들에게 ‘제 환상을 깨주세요’라고 묻기도 합니다.
조직문화와 같이 조직의 다름에서 오는 경험의 차이가 개인에게 과연 어떤 성장의 기회를 가져다주는지 궁금했던 요즘, 성장에 대한 갈증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거쳐 다시 대기업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는 진비님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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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진비님의 스토리가 궁금해요. 처음 어떻게 커리어를 시작하셨고, 현재는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올해로 8년 차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는 저는 대기업에서 화장품 제품 디자인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브랜딩’이란 하고 싶은 분야가 명확했어요. 당시만 해도 브랜드는 디자인으로 통용되었고 아무래도 제조업과 오프라인 브랜드가 강세였던 때라 자연스레 ‘화장품 패키지 디자인’이라는 분야에서 시작하게 되었죠. 화장품 브랜드에서는 제품이 곧 패키지이다 보니 패키지 디자인과 브랜드 디자인을 병행했다고 보시면 돼요. 지금은 다른 대기업에서 그룹사 내외의 디자인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여러 팀의 의견을 아우르는 조정자의 역할이 커요.
하고 싶은 분야가 처음부터 명확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나요?
커리어 시작 단계부터 하고 싶은 분야가 명확했던 이유는 평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이에요. 실제 이런저런 고민에 복수전공도 세 번이나 시도하면서 학부 생활을 무려 7년 정도 했어요. 세 번째로 선택한 복수전공이 시각디자인이었거든요. 그만큼 스스로 묻고 찾고 고민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확신을 두고 시작한 커리어인데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전환을 시도한 계기가 있었나요?
누구나 그렇듯 첫 직장에서 3-4년 정도 지나자 업무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었어요. 이게 그 당시 제 스스로 정의한 저만의 ‘성장’이었던 것 같아요. 4년간 팀을 적극적으로 옮기면서 신규 브랜드 TF부터 럭셔리 브랜드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하면서 아무래도 디테일이 중요한 화장품 패키지 디자이너의 길을 계속 갈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묻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는 큰 그림을 그리며 방향을 조율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았거든요. 동시에 언젠가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싶다는 생각도 있었기에 초기 스타트업에 유일한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기획자로 옮기게 되었어요. 나름 속도감있게 사업도 추진해보고 싶었고요.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의 경험, 어떻게 달랐나요?
가장 큰 차이는 결국 규모에서 오는 경험이 다르다는 거예요. 스타트업에서는 보다 빠른 속도로 제가 주도해서 사업을 추진해 볼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예산과 인원 규모에서 전과는 차이가 있었어요. 당시 월요병이 없었을만큼 몰입해서 일했던 만큼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이 후회는 없었지만 동시에 회사에서 말하는 성장이 내가 원하는 성장인지 묻게 되었어요.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창업이 쉽지 않다는 것도 체감했고요.
어찌보면 그곳에서 또다른 한계를 마주한거네요.
환상이 없어졌다고나 할까요. 시도해보지 않았다면 미련이 있었겠지만 나름 서로 다른 규모의 스타트업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장단점을 명확하게 체감했고 ‘과연 창업가의 길을 걷고 싶은가’란 고민에 대해 결론을 저 스스로 내릴 수 있었어요. 덕분에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은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현재 직무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다시 대기업 인하우스로 오게 되었어요. 어떤 조직에서 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회사 규모 자체가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이냐 대기업이냐 양분할 수는 없어요. 다만 장점만큼 감내해야 할 것들이 있다 보니 환상을 깨야 냉정하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조직에서의 경험이 디자인을 중심으로 진비님의 커리어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여러 시도를 경험하면서 지키고 싶은 혹은 놓치고 싶지 않은 진비님만의 일에 대한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이것이 제가 일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이에요. 패키지 디자인으로 시작했지만, 초기 스타트업부터 유니콘 그리고 지금의 대기업까지 추구하는 키워드는 ‘브랜드 디자인 기획/전략’인데 다행히 이전의 커리어의 경험이 다음 커리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가 영역을 넓혀가고자 했던 기획 파트의 업무들의 비중이 제 포트폴리오에서 점점 늘어났거든요. 앞으로도 프로젝트 기획에 대한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싶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란 말이 ‘나는 성장하고 있는가’라고 들리네요. 진비님이 생각하는 ‘성장’이란 무엇인가요? 현재 진비님이 원하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되나요?
제가 생각하는 성장은 이전과 달리 제 시야가 확장되었다고 느꼈을 때예요. 그때 당시에는 미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중에야 깨닫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전에는 스타트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초기 단계에 대해서만 고민했는데 막상 경험하고 나니 조직관리나 리더십 등 스타트업을 지속하기 위한 요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죠. 디자인적인 요소만 생각하다 조직 관점에서 보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성장에 대한 정의도 계속 달라지는 것 같아요. 첫 회사에서는 업무적 경험의 속도가 성장의 기준이었다면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을 통해 회사와 제 성장속도가 꼭 일치하지 않더라도 저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성장으로 보게 되었어요. 회사에서의 성장만을 성장이라고 보지 않게 되었죠.
이렇게 자기 일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중간에 ‘과연 이 길이 맞나’라고 흔들린 적은 없었나요? 잠시 커리어 상 공백기를 가진 적도 있었나요?
매번 흔들리기 때문에 용기를 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첫 직장 퇴사 후 1년 정도 쉰 적이 있어요. 당시 스타트업에 도전해 볼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대기업에서의 경력이 분명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어요. 쉬는 1년간 정말 재밌게 놀고 공부도 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의도적인 갭이어가 되었죠. 갭이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고 있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일까요. 두 번째 스타트업 퇴사 후 현 직장에 오기 전까지 6개월 정도 텀이 있었는데 공백기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디자인 그리고 디자이너의 역할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런 시대의 변화는 진비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시대가 이야기하는 브랜드에 대한 관점이 변하다 보니 자연스레 제 관심도 디자인에서 기획으로 옮겨지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는 기술과 함께 감각이 동반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디자이너의 수명이 짧거든요. 디자이너에게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크리에이티브는 필수조건인데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감각이 무뎌지다 보니 ‘언제까지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앞으로 저는 디자이너로서 ‘기획’을 강점으로 가져가고 싶어요. 사회에서 통용되는 좁은 의미의 디자인(스킬)이 아닌 보다 넓은 의미의 디자인(브랜드 전략기획)이요.
진비님과의 만남 후 마음속에 떠오른 한 문장은 바로 “기획도 디자인이다” 였습니다. 십여 년 넘게 한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오다 보니 저 스스로 때론 오히려 그 분명함이 제 커리어의 범주를 한정시키는 건 아닌지 의심하곤 했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디자인의 정의처럼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실험하는 진비님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이 실험은 ‘내가 하고 싶은 직무인가’란 일에서의 자신의 욕구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였습니다. 욕구가 명확할 때 비로소 나의 경험이 과연 이 조직에 필요한 것인지, 나의 장점이 이 조직에서 유용하게 쓰일지 분별하는 기준이 된다는 사실도요.
대 퇴사 시대를 맞이하여 언론을 통해 소위 성공적인 이직 사례를 접할 때마다 반드시 이직해야만 성장하는 것이냐는 의문과 동시에 이직을 통한 변화가 언제나 내 맘처럼 쉽지는 않은 터라 혹시 나에게도 ‘성장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정의하는 성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 환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또는 그 환상을 깨기 위해 지금 나는 어떤 실험을 하고 있나요? 내가 정의하는 나만의 ‘성장’은 무엇인가요?
글 멤버 김고운 Instagram
판을 만들고 공공가치를 확산시키는 커넥터로서 사람/지역/국가 간 파트너십 제고를 위한 프로젝트 기획 14년차로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퇴근후에는 커뮤니티와 글쓰기를 통해 낯선 환경과 다른 사람들에 나를 노출시키며 나다운 선택을 위한 경험수집가 이기도 합니다.
Instagram @hfk_official
Youtube 흐프크티비
𝐘𝐨𝐮𝐫 𝐆𝐫𝐨𝐰𝐭𝐡 𝐌𝐚𝐭𝐭𝐞𝐫𝐬.
𝐇𝐅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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