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살짝 외진 연희동 주택가에 깊숙히 위치한 ‘엘리브러리’ 외관의 동화적 색감은 영국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블루 수트를 입은 남주인공이 레드 드레스를 입은 여주인공을 안고 있는 장면을 떠오르게 하였습니다.
물론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감상일 뿐입니다만,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엘리’ 님이 옛 영국의 도시들을 시간 여행하는 기분이 들도록 공간을 꾸며주신 덕분입니다. 공간에 놓여진 각 테이블마다 영국의 도시 이름이 붙여져 있고, 좌석마다 그 도시의 상징적인 사진들 혹은 사진책이 놓여져 있었지요.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입장료는 받지만, 직접 수집한 빈티지 필름 사진집과 사진책을 공유하겠다는 목적으로 무려 3년 간 준비를 하시고 작년에 오픈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사진집을 비롯하여 유명 작가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작가들의 190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의 사진들을 보실 수 있어요.
영화 ‘캐롤’의 감독에게 영향을 준 작가들부터
이 곳에서 어떤 사진집을 먼저 펼쳐 보면 좋을까요? 라고 물으신다면 전 영화 ‘캐롤’을 좋아하시나요? 라고 되물을게요.
만약 ‘캐롤’을 좋아하신다면 ‘캐롤’의 감독인 토드 헤인즈가 큰 영감을 받았다고 꼽은 두 작가의 사진집을 먼저 추천하겠습니다. 한 명은 ‘컬러 사진의 선구자’ 로 불리우는 ‘사울 레이터’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미스터리 사진가’로 알려진 ‘비비안 마이어’입니다. 물론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셨어도 제 대답은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이 곳에서 꼭 감상해야 할 사진집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밖에도 부유하게 태어나 어릴적부터 선물받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며 프랑스 상류층의 일상을 자유 분방하게 표현한 ‘자끄앙리 라르띠끄’와 빛을 굉장히 잘 담는 ‘요셉 수덱’의 작품들도 꼭 감상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수요와 공급 균형을 맞추기 어렵지만
필름카메라는 손도 많이 가고 번거롭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오히려 그 불편함을 즐기고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최근까지도 꾸준히 생겨나는 것 같아요. 그러나 현재 필름 시장은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굉장히 불안정하다고 합니다. 대표님의 말씀으로는 최근 몇 년 사이 최소 2~3배 이상 필름 값이 상승해 오픈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님의 ‘사진 라이브러리’에 대한 진정성 어린 의지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1~2년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일을 못 하게 될 때까지, 언젠가 할머니가 되어서도 필름업계 어딘가에서 어떤 활동이라도 하고 싶어요.”
지금도 대표님은 필름 사진을 좋아하고 현상하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을 자처하고 계시죠. 이번 필트에 참여한 지예님은 대표님의 ‘애정+열정+덕력’이 너무 멋졌다고 하셨고, 좋아하는 일을 잘 하고 있는 분을 직접 보며 저도 많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짜릿한 영감 한 스푼 더하고 싶을때
그렇다면 아날로그 감성의 필름 카메라에 빠진 이들의 취향에서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엘리 대표님의 생각을 들으며 대표님에게 왜 사람들은 취미로 필름 카메라를 찾는지 질문해 보았어요.
대표님은 직접 빛의 노출, 조리개, 셔터 스피드를 조절해보는 수동 필름 카메라를 경험해보면 어떨지 이야기 주셨어요. 필름 한 롤을 다 채워 현상하기 전까지는 당장 결과물을 알 수 없는 기다림의 과정이 엄청난 설렘과 놀라움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덧붙이셨죠.
되돌아보니 필름 사진을 현상한 뒤 앨범을 사서 지문이 묻지 않게 조심하며 한 장씩 넣어두었던 기억, 빛에 바래서 상하지 않게 소중히 여겼던 어린 시절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추억을 저장했을때는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을 더 신중하고 집중력 있게 바라보지 않았나 싶었어요. 그런 시간들이 시간의 기록과 기억을 더 밀도 있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아요.
순식간에 찍고 지나가버리는 편리함이 아닌 긴 세월을 버티어 오며 손때 진하게 묻은 오래된 것들로부터 평범하지 않고 짜릿한 영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가끔은 변하지 않는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균형을 느껴 보는 것도 신선한 자극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은 필름 카메라로 풍경을 찍든, LP로 듣는 음악을 듣든, 빈티지 잔에 커피를 마시든 아니면 노포를 찾아가보든 각자의 취향대로 오래된 것들의 멋을 즐기는 경험 하나씩 해 보시길 바랄게요!
HFK 경영브릿지-HBR클럽에서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주제: MUJI의 글로벌 확장을 이끈 료힌 게이카쿠 회장 (HBR 2018 1-2월호) 일시: 2018년 1월 17일(수) 19:30-22:30 장소: 신논현역 ‘패스트파이브’ MUJI의 스토리를 읽고 토론하고 제가 MUJI에 …
영국의 도시들을 여행하듯, 국내 최초 사진도서관 엘리브러리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살짝 외진 연희동 주택가에 깊숙히 위치한 ‘엘리브러리’ 외관의 동화적 색감은 영국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블루 수트를 입은 남주인공이 레드 드레스를 입은 여주인공을 안고 있는 장면을 떠오르게 하였습니다.
물론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감상일 뿐입니다만,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엘리’ 님이 옛 영국의 도시들을 시간 여행하는 기분이 들도록 공간을 꾸며주신 덕분입니다. 공간에 놓여진 각 테이블마다 영국의 도시 이름이 붙여져 있고, 좌석마다 그 도시의 상징적인 사진들 혹은 사진책이 놓여져 있었지요.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입장료는 받지만, 직접 수집한 빈티지 필름 사진집과 사진책을 공유하겠다는 목적으로 무려 3년 간 준비를 하시고 작년에 오픈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사진집을 비롯하여 유명 작가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작가들의 190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의 사진들을 보실 수 있어요.
이 곳에서 어떤 사진집을 먼저 펼쳐 보면 좋을까요? 라고 물으신다면 전 영화 ‘캐롤’을 좋아하시나요? 라고 되물을게요.
만약 ‘캐롤’을 좋아하신다면 ‘캐롤’의 감독인 토드 헤인즈가 큰 영감을 받았다고 꼽은 두 작가의 사진집을 먼저 추천하겠습니다. 한 명은 ‘컬러 사진의 선구자’ 로 불리우는 ‘사울 레이터’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미스터리 사진가’로 알려진 ‘비비안 마이어’입니다. 물론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셨어도 제 대답은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이 곳에서 꼭 감상해야 할 사진집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밖에도 부유하게 태어나 어릴적부터 선물받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며 프랑스 상류층의 일상을 자유 분방하게 표현한 ‘자끄앙리 라르띠끄’와 빛을 굉장히 잘 담는 ‘요셉 수덱’의 작품들도 꼭 감상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필름카메라는 손도 많이 가고 번거롭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오히려 그 불편함을 즐기고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최근까지도 꾸준히 생겨나는 것 같아요. 그러나 현재 필름 시장은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굉장히 불안정하다고 합니다. 대표님의 말씀으로는 최근 몇 년 사이 최소 2~3배 이상 필름 값이 상승해 오픈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님의 ‘사진 라이브러리’에 대한 진정성 어린 의지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지금도 대표님은 필름 사진을 좋아하고 현상하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을 자처하고 계시죠. 이번 필트에 참여한 지예님은 대표님의 ‘애정+열정+덕력’이 너무 멋졌다고 하셨고, 좋아하는 일을 잘 하고 있는 분을 직접 보며 저도 많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날로그 감성의 필름 카메라에 빠진 이들의 취향에서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엘리 대표님의 생각을 들으며 대표님에게 왜 사람들은 취미로 필름 카메라를 찾는지 질문해 보았어요.
대표님은 직접 빛의 노출, 조리개, 셔터 스피드를 조절해보는 수동 필름 카메라를 경험해보면 어떨지 이야기 주셨어요. 필름 한 롤을 다 채워 현상하기 전까지는 당장 결과물을 알 수 없는 기다림의 과정이 엄청난 설렘과 놀라움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덧붙이셨죠.
되돌아보니 필름 사진을 현상한 뒤 앨범을 사서 지문이 묻지 않게 조심하며 한 장씩 넣어두었던 기억, 빛에 바래서 상하지 않게 소중히 여겼던 어린 시절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추억을 저장했을때는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을 더 신중하고 집중력 있게 바라보지 않았나 싶었어요. 그런 시간들이 시간의 기록과 기억을 더 밀도 있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아요.
순식간에 찍고 지나가버리는 편리함이 아닌 긴 세월을 버티어 오며 손때 진하게 묻은 오래된 것들로부터 평범하지 않고 짜릿한 영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가끔은 변하지 않는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균형을 느껴 보는 것도 신선한 자극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은 필름 카메라로 풍경을 찍든, LP로 듣는 음악을 듣든, 빈티지 잔에 커피를 마시든 아니면 노포를 찾아가보든 각자의 취향대로 오래된 것들의 멋을 즐기는 경험 하나씩 해 보시길 바랄게요!
2 replies to “영국의 도시들을 여행하듯, 국내 최초 사진도서관 엘리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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