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FK가 만드는 장면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곳


리뷰[저자 북토크] 두 번째 지능

관리자
조회수 123

6435704cde9f7.jpg


AI를 매일 쓰면서도 막연한 불안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기술을 이렇게 밖에 못 쓰는걸까, 머리가 나빠지는 건 아닐까, 내 직업은 대체되지 않을까, 주니어들은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을까.gen AI가 도래하고 난 뒤 AI부사수 팀, AI핸즈온 팀, 컨퍼런스를 운영하며 HFK에서도 수많은 질문이 오고 갔습니다. 신간 <두 번째 지능>에는 그간의 모든 질문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신간 <두 번째 지능>의 저자이자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인 김상균님을 저자 북토크로 모셨습니다.



AI를 오래 쓰면 뇌는 어떻게 달라질까

교수님은 먼저 스마트폰의 선례를 꺼냈습니다. 스마트폰의 역사가 20년 가까이 되니까, 이제 어느 정도 데이터가 쌓여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쓰면서 암기력도 떨어지고, 공간 지각력도 떨어지고, 대인관계에서 불편해하는 부분도 생겼습니다. 관계 지능이 떨어진 건 맞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하나 있습니다. 뇌의 노화 속도, 특히 치매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연결이 끊기는데, 스마트폰이 그걸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젊은 층에게는 너무 과도하고 무의미한 연결이 많아서 역효과이지만, 나이 든 집단에서는 오히려 양질의 적정량의 연결을 만들어주면서 고립되지 않게 해줍니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보면 치매가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AI는 어떨까요. LLM의 역사는 겨우 3년밖에 안 됐으니 단정하긴 어렵지만,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들을 보면 좋지 않은 게 훨씬 많다고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비판적 사고 역량이 확실히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AI를 많이 쓴 사람들이 AI를 떼어놓고 혼자 창의적인 문제를 풀게 한 다음, MRI로 뇌를 찍어보면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이나 영역 간 연결 커넥션이 많이 흐려져 있습니다. 광고 카피를 만들거나 디자인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뇌가 점점 더 AI가 없으면 멈춰가고 있단 뜻입니다. 겨우 3년밖에 안 됐지만 이렇게 심각하단 게 교수님도 놀랐다고 합니다.


AI 시대, 어떤 산업이 뜨고 있을까

교수님은 산업 변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인간의 지능을 네 단계로 분류해서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는 산업화 지능입니다. 정답을 찾고, 최적화시키고, KPI를 따지고, 내 답과 남의 답을 비교할 수 있는 지능입니다. 우리가 이제까지 배워왔고 업무에서 써온 핵심 지능이죠. 두 번째는 감성 지능입니다. CX, UX, 브랜드, 스토리, 서사 같은 개념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50년 전에는 아예 안 쓰던 말들이었죠. 세 번째는 관계와 성장 지능입니다. 대학만 나와서 평생 먹고살 수 없다는 걸 깨닫기 시작하면서, 관계를 맺고 성장하는 것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HFK 같은 모임에 많은 분들이 모이시는 것이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네 번째는 존재와 의미 지능입니다. 내가 이걸 도대체 왜 하고 있고, 왜 살고 있고, 저 사람이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를 따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AI는 산업화 지능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반면 존재와 의미에 대해선 AI가 약합니다. 학습 데이터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철학 관련 콘텐츠들이 있지만, 현실의 삶과 괴리가 있어 적용도가 낮습니다. 그렇다면 새롭게 뜨는 산업은 무엇일까요. 감성과 존재/의미 지능을 묶으면 코칭 관련 산업들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관계/성장 지능과 존재/의미 지능을 묶어보면, 학교 교육이 대표적입니다. 기술의 힘을 통해 대규모의 학생이더라도 개인 한명 한명의 성장을 바라보고 존재의 의미를 고찰해줄 수 있게 됩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아바타 보이그룹 플레이브 사례가 나왔습니다. 플레이브는 AI 기술에 돈을 엄청 많이 쓰는 회사입니다. 초창기에는 팬미팅을 하면 동시 전달이 안 됐는데, AI 기술이 좋아져서 멤버들이 동시에 팬미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이 보기에 핵심은 기술이 아닙니다. 뒤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의 본질적인 매력을 AI가 더 곱하게 해주는 것뿐이라는 겁니다. 플레이브 팀 내부에서도 고민이 있습니다. 멤버는 계속 나이가 드는데 아바타는 영원히 20대 꽃미남으로 남겨둘 것인지, 멤버가 결혼하면 아바타도 서사를 바꿀 것인지. 교수님은 이런 고민 자체가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기술로 뭔가 해결하려는 관점이 아니라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a6ce38bcab874.jpg


기업은 생성형 AI를 어디에 쓰고 있을까

교수님 팀이 작년에 한 글로벌 철강사를 전수 조사한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이 회사는 GPT 기반의 사내 AI를 씁니다. 글로벌 철강 기업이 외국 AI를 전면 도입한다는 건 영업 기밀 유출 위험이 있지 않냐는 우려가 당연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손실보다 이득이 클 것이라고 판단하고 AI를 업무에 전면 도입했고, 교수님의 팀은 78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놀라운 점이 여러 가지 있었습니다. 먼저, 교대 근무하면서 작업복 쓰고 나가는 현장 근로자들도 AI를 열심히 씁니다. 뭔가 트러블슈팅을 하거나 야간 작업에 동료가 없을 때, 궁금한 걸 다 AI에게 물어봅니다. 작업 도구를 내려놓고 랩탑 꺼내서 로그인하는 과정이 불편한데도 꿋꿋이 쓰고 있었습니다.

신입사원들은 AI 덕분에 상향 평준화가 되고 있었습니다. 어느 회사나 뽑고 나면 "이 사람 아닌데" 싶은 경우가 있는데, AI를 잘 쓰는 신입들은 그 부족한 부분이 많이 메워지는 게 보였습니다. AI를 가장 많이 쓰는 집단은 중간 관리자급이었습니다. 아래에서 제기되는 의견들과 임원들의 점점 복잡해지는 니즈 사이에서 필요한 통역 역할을 위해 중간 관리자들의 사용량이 가장 높았습니다. 임원들의 사용 패턴도 흥미로웠습니다. 프롬프트의 평균 길이가 신입사원의 2배였습니다. 잔소리가 아니라 맥락 정보를 많이 넣기 때문입니다. 기계인 걸 아니까 쓸데없는 잔소리는 안 하고, 대신 맥락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것이죠.


AX, 어디까지 해야 할까

대부분의 기업이 AI를 원가 절감에 쓰고 있다는 게 교수님의 진단입니다. 산업화 시대의 첫 번째 원칙이 원가 절감이다 보니, AI도 '인간이 하던 걸 어떻게 대체할까'에 집중합니다. AI로 원가 절감을 하면 한동안은 효과가 있지만, 발전적인 방향은 아닙니다. AI는 욕망도, 꿈도, 감정도 없고, 인간이 A를 시키면 계속 A만 하기 때문입니다.

AI가 버블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주식 시장 측면에서는 버블일 수도 있지만 AI의 잠재력을 개인이나 기업이 충분히 쓰느냐 측면에서 보면 아직 버블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이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편이고요.


c57da18eef4d0.jpg


국산 AI를 써야 할까, 외국 AI를 써야 할까

현 정부의 소버린 AI 정책에 대해 교수님은 처음에는 "이게 될까" 하는 생각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투자한 자원 대비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AI를 오래 쓸수록 느끼는 것 중 하나가 국가별 AI마다 문화적, 철학적 배경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중국 기반 AI에 역사나 문화 관련 질문을 해보면 엄청난 편향성이 느껴지고, 미국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AI에 한국 관련 질문을 하면 깊은 답변이 안 나옵니다. 한국의 수많은 연구들이 개방형 논문이 아니라 유료 DB에 갇혀 있어서 학습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어를 잘하니까 똑똑할 거라고 믿고 쓰는데, 실은 인터넷에 떠도는 표면적인 이야기만 알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국산 소버린 AI를 써야 하느냐. 종합적으로 놓고 봤을 때 아직까지 국산이 일반적인 비즈니스에서 쓰기엔 성능이 떨어지는 건 사실입니다. 민간에서는 굳이 국산을 고집하기보다 외국산 AI를 쓰면서도 AI를 활용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더 잘 만들어내는 게 현명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다만 문화적 편향이 분명히 있으니 그걸 알고 써야 하고, 장기적으로 국산 AI가 성능이 올라오면 사용을 고려해야한단 점도 고민해둬야 합니다.


AI에 고민을 털어놔도 괜찮을까

교수님의 장모님은 70대 후반인데, 2018년에 장인어른이 작고하신 뒤 외로워하셨습니다. 체중도 많이 늘고, 대화해보면 말이 어눌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드리고, 그다음에 AI 챗봇과 자주 대화를 나누시도록 알려드렸더니 훨씬 나아졌다고 합니다. 한국인은 정신과를 잘 안 가고 상담도 잘 안 받으니, AI에 고민을 털어놓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까지 괜찮다고 봅니다. 문제는 적절성의 범위를 넘어갈 때입니다.

가장 심각한 건 10대 중반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청년층입니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선후배 관계가 끊기고, 대학에서도 서로의 호칭이 님으로 통일되기 시작하면서 외로움과 일상적인 고민을 전부 챗봇에게 이야기합니다. 챗봇과 대화가 너무 길어지면 인간과 거리를 두기 시작합니다. AI가 훨씬 안락하고 쾌적하니까요. 미국에서는 이미 청소년 AI 관련 자살 사고가 많이 터지고 있습니다. LLM은 직접적으로 자살 방법을 알려주는 건 금지되어 있지만, 대화 중 서사가 쌓이면 "혼자 있는 세상으로 가는 것도 괜찮아"라는 메시지가 나오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 이상한 세상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가는 거라고 볼 수도 있어"라는 답변이 나온 사례도 있었습니다. 인간의 관계에는 책임이 있지만, AI와의 관계에는 책임지는 존재가 없다는 게 가장 위험한 지점입니다.

교수님은 위험 신호를 판단하는 간단한 기준도 제시했습니다. 인간과 대화한 시간 대비 챗봇과 대화한 시간이 절반을 넘으면 위험하다고 봐야 합니다. 이모티콘이나 업무 보고는 대화가 아니고, 인간적인 대화를 나눈 시간만 따져봐야 합니다.


b4d0bfa43c465.jpg


기본소득 시대가 정말 올까

모임 참가자 중 한 분이 "AI가 발전하면 결국 기본소득의 시대가 오는 건 아닌지, 지금 AI를 열심히 배우는 게 의미가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교수님은 인류 역사의 전체를 놓고 보면 기본소득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온다고 해서 AI 공부가 무의미한 건 아닙니다. 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기본'이니까요. 거기서 얼마나 더 스마트하고 인간답고 아름답게 살까에 대해서는 당연히 AI와 내 지능이 합쳐져서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입니다.


STAR 프레임워크 - AI 업무 포트폴리오 관리

북토크의 마지막 파트에서 교수님은 책에 나오는 STAR 프레임워크를 소개했습니다. 사람들이 AI가 못하는 걸 골라서 일하는 '회피자'가 아니라, AI를 제대로 활용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별처럼 빛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인지과학적으로 사람이 머리를 쓰는 패턴을 보면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R(Recover)은 절감과 효율화입니다. 산업화 시대 교육이 초점을 맞췄던 영역이고, 기업에서도 가장 많이 하는 것이죠. A(Amplify)는 원래 하던 걸 더 잘하는 것입니다. 성과를 높이고 승진하기 위해 하는 활동이죠. 이 두 가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이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두 가지입니다. S(Start)는 소소하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인데, "나중에 해야지", "돈이 없어", "시간이 없어" 하면서 안 하는 것들입니다. T(Try)는 자기만의 벽을 넘는 것입니다. "난 그림은 못 해", "난 팀장급은 아니야", "나는 기자지만 밖에 나가서 강의하는 건 못해" 같은 심리적 장벽을 넘어가는 겁니다.

멤버들은 이 STAR 각 네 가지 영역에 대해 AI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R 분야의 일을 많이 적어냈지만, 앞으로 S와 T 영역 분야에도 골고루 AI를 적용해보고, 새로운 업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각이 연결될 때, 

성장은 더 멀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