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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저자 북토크: 경험을 기획하는 일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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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도, 세일즈 어시스턴트도 콘텐츠를 통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신간 《경험을 기획하는 일》의 저자 손현 님은 이 변화를 보며 자신의 직무 '콘텐츠 매니저'를 다시 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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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기획하는 일

손현 님은 책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를 먼저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계약 당시에는 회사원이었다가 중간에 퇴사하고 에이전시를 차렸고, 아내의 창업에 이어 아이도 태어났습니다. 쓰다 보니 후반부 꼭지들은 '직장인' 관점이 아닌 '대표' 관점으로 다시 써야 했습니다. 결국 책을 완성하는 데엔 편집자의 한마디가 결정적이었습니다. 'AI가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지금 아니면 '콘텐츠 매니저'인 현님의 커리어를 차별화 할 수 없다'는 말에 책을 완성했습니다.

이 책을 쓴 이유는 가상의 후배들을 위해서였습니다. 콘텐츠 매니저로 일을 시작하려는 주니어들에게 누군가 이런 걸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손현 님 역시 사수 없이 '콘텐츠 매니저'란 직업을 시작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구상한 제목은 '사업을 돕는 콘텐츠'였습니다. 그러다 출판사와 협의를 거치면서 더 포괄적인 제목이 나왔습니다. '경험을 기획하는 일'이라는 제목을 처음에는 오히려 두렵게 느꼈다고 했습니다. '경험이란 UX 디자이너의 전문적인 영역일 수 있는데, 내가 이걸 써도 되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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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을 읽는 눈

손현 님이 책을 통해 전하려 한 첫 번째 이야기는 산업에 대한 이해입니다. 플랜트 엔지니어로 일하던 시절, 그는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의 맥락을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 업황 리포트를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2013~2015년 무렵 석유화학 업계 업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애널리스트 리포트에서 먼저 알게 됐습니다. 이직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같은 방식으로 일합니다. 일하고자 하는 회사의 요즘 영업이익이 흑자인지 적자인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회사 실적에 따라 콘텐츠·마케팅 투자에 여력이 있는지, 즉각적인 매출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이 있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상장사라면 공시를 통해 파악할 수 있지만, 청담동 스시집처럼 개인 오너에게 프로젝트를 의뢰받을 때는 정보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이는 것들, 예약이 꽉 차 있는지, 오프라인 현장에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를 직접 살핍니다.

'콘텐츠 매니저는 자신이 일하는 산업의 풍경을 콘텐츠로 전환하기 때문에, 그 산업을 좋아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산업 자체에 대한 애정이 콘텐츠 기획의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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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셔닝

두 번째 이야기는 포지셔닝입니다. 손현 님이 좋아하는 전략의 정의는 팟캐스트 '어콰이어드'에서 소개된 에르메스 CEO의 말이었습니다. '전략이란 내가 상대방보다 더 나은 일을 하고 있고, 상대는 나보다 더 나은 일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디서 싸울지를 선택해야 한다.'

에르메스가 LVMH와 다르게 택한 것은 공방 시스템이었습니다. 생산량을 늘리려면 공장식 생산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러면 LVMH와 정면으로 겨루게 됩니다. 에르메스는 대신 수제 공방 자체를 스케일업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자기만의 링에서 싸우는 전략이었습니다.

손현 님이 선호하는 접근법은 문제 해결 프레임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에서 단련된 아이데이션보다는, 산업과 고객의 문제를 분석해서 나오는 기획을 택합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 이 교집합에서 출발하면 경영진을 설득할 논리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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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일하는 법

세 번째 이야기는 지속성입니다. 손현 님은 스스로를 일잘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티스트급으로 잘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꾸준히 하는 거죠. 그래서 오히려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100~120%를 쏟아붓고 번아웃이 오는 것보다 80~90% 수준으로 일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 20~25명의 에디터, 포토그래퍼, 디자이너와 협업하고 있는데, 프로젝트를 인스타그램에 올릴 때 함께한 사람들의 크레딧을 항상 같이 표기한다고 했습니다. '서로 응원하고 연대하는 게 생깁니다.' 그 중 일부는 3년 가까이 계속 함께하고 있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고마움을 티나게 표현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일의 방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비유도 전했습니다. 어느 투자자의 말을 인용한 것인데, '주가는 나무의 그림자고, 기업은 나무다. 햇빛이 움직이는 걸 따라 그림자가 왔다 갔다 하는데, 우리는 그 나무를 봐야 한다.' 콘텐츠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 하는 업에서 나무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면, 오래 일하는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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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와 AI 앞에서

소셜미디어를 꼭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손현 님은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사람들은 하루 평균 151분을 소셜미디어에 씁니다. 플랫폼은 바뀌겠지만 콘텐츠로 연결되는 흐름은 피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다만 무조건 따라가기보다 '이게 지금 우리 브랜드에서 하는 게 맞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필터링 없이 유행만 좇으면 여력도 낭비되고 방향도 흐려집니다.

AI에 대해서는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를 들려줬습니다. 토스에 있을 때 코스피·코스닥 지수를 매일 아침 수기로 정리해 '오늘의 토스트'를 발행했습니다. 숫자가 틀리는 실수가 생기고, 시장이 열리는 아침 8시에 맞춰야 하는 부담도 있었습니다. 자동화를 요청했지만 당시 개발자들은 라이선스 문제 등을 이유로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클로드 코드로 해봤더니 너무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일수록 AI를 잘 활용하면 시너지가 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Q. 콘텐츠의 성과 지표는 어떻게 설정하나요?

KPI가 아예 없거나 모호한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보다 인게이지먼트 총합을 보는 편이고, 오늘의 집처럼 데이터 기반으로 트래킹하는 회사와 일할 때는 '이 시리즈의 전환율이 평균 대비 높았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합니다. 외부 업계 평균치보다는 자체 지표를 만들고 다음 분기와 비교하는 방식이 낫다고 했습니다. '커머스 CTA가 2%라고 하면, 우리 수치가 왜 낮은지 혹은 높은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니까요.' 계약 초기에 클라이언트에게 내부 KPI가 있는지 먼저 물어보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Q. 비주얼 감각은 어떻게 키웠나요?

건축학부 시절 매 학기 패널 발표를 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했습니다. A1 사이즈 판넬에 메인 이미지 하나, 서브 이미지, 다이어그램, 평면도를 스토리텔링해서 교수 앞에서 발표해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메인 샷이 먼저 시선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훈련했습니다. 스톡 이미지는 차별성이 없어서 피하고, AI 생성 이미지도 반복되면 금방 지루해진다고 했습니다. 현님은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 커버를 자주 참고하는데 금융·경제 콘텐츠인데도 과감한 컬러와 유머를 쓰는 방식이 인상적이라고 했습니다.

'실무에 바로 쓰는 인사이트 같은 건 없습니다'라고 손현 님은 스스로 답했습니다. 그냥 매일 고민하고, 좋은 것 많이 보고, 호기심을 유지하다 보면 언젠가 기획할 때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두쫀쿠가 유행이면 비싸고 맛없다고 냉소하기보다 일단 사서 먹어보고 왜 유행인지 생각해보는 태도. '일은 일이고 나는 나다'라는 덤덤한 마음가짐.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을 꾸준히 돌리는 습관. 화려하지 않지만, 그게 10년 이상 이 일을 이어온 방식이었습니다.

생각이 연결될 때, 

성장은 더 멀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