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당신이 궁금합니다'는 꼬박 1년 동안 쉼 없이 인터뷰글방 팀의 파트너로 함께 해주고 계신 은교 님의 기자 생활이 담긴 에세이입니다. 저자 북토크를 하며, 지난 4개 시즌의 멤버들을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을 숨길 수 없었는데요. 그 밖에도 밀리의 서재에서 은교 님의 글을 먼저 읽은 멤버, 은교 님처럼 오래 기자 생활을 했던 멤버 그리고 '오늘도 당신이 궁금합니다'의 1호 구매자가 된 멤버 등 다양한 멤버들이 오아시스로 찾아와 주셨습니다.
지난 23년 가을시즌에 책 마감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주셨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러 권의 책을 또 준비 중이시라는 은교 님. 오늘 북토크에서는 은교 님이 왜 사람을 궁금해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사람을 궁금해하면 내 주변에 어떤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지 전해주셨습니다. 북토크에 참석하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 북토크의 내용을 요약해 전달드립니다 📚
후천적 내향인의 사람 탐구기
2005년 11월에 취재기자로 입사를 한 후, 한 신문사에서 17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프리워커로 인터뷰글방 팀의 파트너이자 이런저런 강의와 글쓰기를 하고 있어요. 아직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찾아가는 중입니다.
자기소개로 제가 좋아하거나 저랑 관련이 있거나 제 머릿속에 많이 왔다 갔다 하는 단어들을 준비했습니다. (영상 참고) 해가 바뀌면 올해 나의 문장은 무엇으로 할지 생각합니다. 올해는 ‘그럴 수 있지’ 입니다. 프리랜서 2년 차가 되었고 아이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예측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었습니다. 프리워커로서 일의 영역을 넓힐 때도, 좁힐 때도 있는데 그 기준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이고요. 일단은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https://youtu.be/-eeP8h9cir0
"오늘도 당신이 궁금합니다"
책을 주제로 어떤 걸 가지고 말씀을 드리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 책은 제가 신문사를 오래 다니다 그만두며 처음으로 쓴 저의 산문집입니다. 크게 세 갈래로 나눌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제가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만난 멋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일상의 평범한 사람들 같지만, 멋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두 번째는 기자 생활을 하며 어떤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했는지 회고가 담겨있습니다. 마지막은 ‘장은교’로서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되돌아보았습니다.
저 사람 좋아하고 그런 사람 아닌데요
북토크를 통해서는 일과 삶에 대해 고민하는 멤버들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책 제목인 ‘오늘도 당신이 궁금합니다’와 오늘 발표 주제인 ‘저 사람 좋아하고 그런 사람 아닌데요’ 이 두 문장의 연결고리를 찾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가 사람을 좋아하든, 피곤하다고 생각하든, 사람과의 관계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피해서는 살 수 없는 시대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후천적 내향인이라고 정의합니다. 기자 생활을 오래 했고 지금도 사람들을 만나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사람’이라는 키워드를 피하지 않고 어떻게 이 일을 지속해서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당신이 되었습니까
먼저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일단 이렇게 평일 저녁 북토크에 오시는 분들은 ‘사람’에 대해 남들보다 애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진짜 사람을 좋아했어요. 모르는 사람들과도 거리낌 없이 술자리를 가질 정도였죠. 인맥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 1시간 안에 가장 사람을 많이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나의 개인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렵게 기자 시험에 붙은 후, 술자리에서 한 해 위 선배가 ’너 사람 좋아해?’라며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고민 없이 ‘사람 좋아하는데요’라고 답했어요. 여러분은 어떤 답변을 가지고 계신가요?
당시 ‘너 사람 좋아해’라는 질문을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해?’, ‘혼자 있는 것보다 여럿이 어울리는 걸 좋아해?’, ‘사람들 얘기 듣는 것 좋아해?’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선배가 의미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어요.
‘너, 네가 싫어하는 사람 만나는 거 괜찮아?’, ‘너를 싫다고 거절하고 가라고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괜찮아?’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게 굉장히 다르죠. 수습기자였을 때 술 마시며 들었던 매우 많은 이야기 중에서 그날 그 질문만은 지금까지도 기억합니다.
기자 생활의 현실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말은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기자 생활을 시작하며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나가세요’ 입니다. 좋은 말도 종종 들었지만, 거절의 말, 거부의 말, 혐오의 말 등을 더 많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하필 기자가 됐을까 라는 생각이 커졌죠.
그런데 꼭 기자가 아니어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도대체 인간이란 왜 이런 존재이고 저 사람은 도대체 쟤는 무슨 생각을 할까 생각할 때 많지 않으세요? 왜 나는 그 많은 직업 중에 하필 이런 직업을 선택해서, 왜 이 회사에 들어와 저 인간과 일해야 할까, 왜 스스로 고통을 자처했을까 생각할 때가 있죠.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과연 뭘까
사람이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하며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렵게 기자가 되었기에, 기자가 맞냐 안 맞냐는 사치스러운 질문이었어요. 나는 정말 사람을 좋아하나,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뭐지라고 질문했습니다. 질문을 거듭하며 제가 찾은 답은 제가 좋아하는 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이 들려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누구나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믿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상처를 받고 실망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기대와 상처가 무한히 반복되는 것이 인생 아닐까요. 그래서 스스로 마음을 ‘사람을 좋아한다’ 보다 ‘사람을 궁금해하는 것을 좋아한다’로 바꿔보니 더 와닿았습니다. 비로소 문장이 나와 가까워졌죠. '저 사람을 좋아할 지, 안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사람이 궁금하다. 타인의 세계를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싶다.'라고 바꾸어 생각해 보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며 온갖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정치인, 노점을 하시는 할머니, 범죄자 등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지라고 생각할 만큼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지속해서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면 모든 사람을 좋아하려 노력하기 보다 궁금해하려 했더니 일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타인을 배제할 수 없는 삶
우리는 섬 속에서 살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랑 안 맞는 사람, 날 잘 모르는 사람, 나를 배척하는 사람과도 잘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타인을 어떻게 궁금해하고 탐구할 수 있을까요. 굳이 좋아하지 말고 궁금해 해보세요. 당신을 좋아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가진 세계를 존중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보세요.
누구나 삶의 관찰자가 필요합니다. 관찰 대상을 사랑할 필요는 없어요. 존중의 시선으로 바라봐주면 됩니다. 우리는 수많은 시간이 쌓여서 우리가 됩니다. 상황에 따라서 굉장히 다른 얼굴과 다른 자아와 다른 페르소나를 가진 인격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나라면 어떻게 기록되고 싶을까: 타인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는 법
‘당신이라면 어떤 질문을 받고 싶을까, 어떻게 쓰여지고 싶을까?’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삶에 어떤 장면을 지나고 있을까 상상하면 좋아요. 시선을 바꿔서 보기 시작하면 일상이 다르게 보입니다.
처음부터 좌우명이 어떻게 되세요? 인생의 미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라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큰 질문과 큰 대답으로는 사람을 알기 어려워요. 저 사람의 하루 루틴은 어떻게 될까? 저 사람은 아침에 무엇을 먹을까? 지하철을 탈까? 운전을 할까?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구체적 장면 안에 상대방을 넣으면,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 왕자처럼 궁금해해야 합니다. 저 사람을 좋아하진 않겠지만 이해해 보려 남들은 안 물어볼 것 같은 질문을 던져볼까요. 내일 지구가 끝난다면 오늘은 무엇을 먹을 것인지 등 생소한 질문을 던지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소중한 순간이었던 시간을 상대에게 묻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학교 때 어떤 학생이었어요? 라는 질문보다 입학식 날 뭐 하셨어요? 수강 신청에 성공했던 기억은? 첫 소개팅을 했던 날 준비했던 질문은? 등 서로가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좋은 순간에 대해 질문하면 상대를 알아가기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추천하는 인터뷰
유튜브의 요정재형 채널을 최근 많이 봅니다. 인상깊었던 질문과 답변을 소개드려요.
Q. 너는 어떤 너의 어떤 재능을 믿고 개그맨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A. 친구들 사이에서 웃긴 사람이라 웃긴건 알고 있었는데 막상 대학을 갈 때는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컴퓨터 공학과에 들어가게 됐어요…
요정재형 채널의 진행자인 정재형씨는 질문에 있어서 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저도 질문을 해본다면 어떻게 개그맨이 되셨어요?라고 물었을 것 같거든요. 인터뷰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지만 왜 한 번도 이렇게 질문을 안했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외에 다른 편에서도 게스트와 즉흥적으로 나누는 모든 질문에서 상대방을 많이 배려하고 이해한다고 느껴졌습니다. 똑같은 질문도 이렇게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는 앉아서 영감을 기다리고 우리는 일어나서 사람을 관찰하러 갑시다
우리가 사람을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타인이 가진 세계를 관찰하면 나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영감이 생깁니다. 사람을 관찰하다 보면, 자연히 스스로를 관찰하기 때문이죠. 처음 제가 자기소개 페이지를 준비한 것처럼 북토크에 오신 멤버들도 자기를 표현하는 단어들을 한번 정리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해 가면 나와 타인에 대한 태도가 변합니다. 타인에게 묻고 싶은 것은 나에게 되물어도 좋습니다. VOGUE에 73개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 콘텐츠가 있는데, 이 영상도 꼭 한번 보시며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73개가 너무 많다면, 하루에 하나의 질문만 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오늘의 질문을 찾기 위해선 주변의 마침표를 물음표로 바꿔도 됩니다. 그동안 내가 피해 왔던, 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불편했던 질문들도 던지며 자신을 좀 더 그려보고, 스스로를 아껴주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당신이 궁금합니다'는 꼬박 1년 동안 쉼 없이 인터뷰글방 팀의 파트너로 함께 해주고 계신 은교 님의 기자 생활이 담긴 에세이입니다. 저자 북토크를 하며, 지난 4개 시즌의 멤버들을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을 숨길 수 없었는데요. 그 밖에도 밀리의 서재에서 은교 님의 글을 먼저 읽은 멤버, 은교 님처럼 오래 기자 생활을 했던 멤버 그리고 '오늘도 당신이 궁금합니다'의 1호 구매자가 된 멤버 등 다양한 멤버들이 오아시스로 찾아와 주셨습니다.
지난 23년 가을시즌에 책 마감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주셨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러 권의 책을 또 준비 중이시라는 은교 님. 오늘 북토크에서는 은교 님이 왜 사람을 궁금해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사람을 궁금해하면 내 주변에 어떤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지 전해주셨습니다. 북토크에 참석하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 북토크의 내용을 요약해 전달드립니다 📚
2005년 11월에 취재기자로 입사를 한 후, 한 신문사에서 17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프리워커로 인터뷰글방 팀의 파트너이자 이런저런 강의와 글쓰기를 하고 있어요. 아직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찾아가는 중입니다.
자기소개로 제가 좋아하거나 저랑 관련이 있거나 제 머릿속에 많이 왔다 갔다 하는 단어들을 준비했습니다. (영상 참고) 해가 바뀌면 올해 나의 문장은 무엇으로 할지 생각합니다. 올해는 ‘그럴 수 있지’ 입니다. 프리랜서 2년 차가 되었고 아이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예측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었습니다. 프리워커로서 일의 영역을 넓힐 때도, 좁힐 때도 있는데 그 기준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이고요. 일단은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https://youtu.be/-eeP8h9cir0
책을 주제로 어떤 걸 가지고 말씀을 드리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 책은 제가 신문사를 오래 다니다 그만두며 처음으로 쓴 저의 산문집입니다. 크게 세 갈래로 나눌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제가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만난 멋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일상의 평범한 사람들 같지만, 멋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두 번째는 기자 생활을 하며 어떤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했는지 회고가 담겨있습니다. 마지막은 ‘장은교’로서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되돌아보았습니다.
북토크를 통해서는 일과 삶에 대해 고민하는 멤버들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책 제목인 ‘오늘도 당신이 궁금합니다’와 오늘 발표 주제인 ‘저 사람 좋아하고 그런 사람 아닌데요’ 이 두 문장의 연결고리를 찾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가 사람을 좋아하든, 피곤하다고 생각하든, 사람과의 관계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피해서는 살 수 없는 시대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후천적 내향인이라고 정의합니다. 기자 생활을 오래 했고 지금도 사람들을 만나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사람’이라는 키워드를 피하지 않고 어떻게 이 일을 지속해서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먼저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일단 이렇게 평일 저녁 북토크에 오시는 분들은 ‘사람’에 대해 남들보다 애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진짜 사람을 좋아했어요. 모르는 사람들과도 거리낌 없이 술자리를 가질 정도였죠. 인맥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 1시간 안에 가장 사람을 많이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나의 개인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렵게 기자 시험에 붙은 후, 술자리에서 한 해 위 선배가 ’너 사람 좋아해?’라며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고민 없이 ‘사람 좋아하는데요’라고 답했어요. 여러분은 어떤 답변을 가지고 계신가요?
당시 ‘너 사람 좋아해’라는 질문을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해?’, ‘혼자 있는 것보다 여럿이 어울리는 걸 좋아해?’, ‘사람들 얘기 듣는 것 좋아해?’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선배가 의미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어요.
‘너, 네가 싫어하는 사람 만나는 거 괜찮아?’, ‘너를 싫다고 거절하고 가라고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괜찮아?’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게 굉장히 다르죠. 수습기자였을 때 술 마시며 들었던 매우 많은 이야기 중에서 그날 그 질문만은 지금까지도 기억합니다.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말은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기자 생활을 시작하며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나가세요’ 입니다. 좋은 말도 종종 들었지만, 거절의 말, 거부의 말, 혐오의 말 등을 더 많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하필 기자가 됐을까 라는 생각이 커졌죠.
그런데 꼭 기자가 아니어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도대체 인간이란 왜 이런 존재이고 저 사람은 도대체 쟤는 무슨 생각을 할까 생각할 때 많지 않으세요? 왜 나는 그 많은 직업 중에 하필 이런 직업을 선택해서, 왜 이 회사에 들어와 저 인간과 일해야 할까, 왜 스스로 고통을 자처했을까 생각할 때가 있죠.
사람이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하며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렵게 기자가 되었기에, 기자가 맞냐 안 맞냐는 사치스러운 질문이었어요. 나는 정말 사람을 좋아하나,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뭐지라고 질문했습니다. 질문을 거듭하며 제가 찾은 답은 제가 좋아하는 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이 들려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누구나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믿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상처를 받고 실망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기대와 상처가 무한히 반복되는 것이 인생 아닐까요. 그래서 스스로 마음을 ‘사람을 좋아한다’ 보다 ‘사람을 궁금해하는 것을 좋아한다’로 바꿔보니 더 와닿았습니다. 비로소 문장이 나와 가까워졌죠. '저 사람을 좋아할 지, 안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사람이 궁금하다. 타인의 세계를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싶다.'라고 바꾸어 생각해 보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며 온갖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정치인, 노점을 하시는 할머니, 범죄자 등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지라고 생각할 만큼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지속해서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면 모든 사람을 좋아하려 노력하기 보다 궁금해하려 했더니 일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우리는 섬 속에서 살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랑 안 맞는 사람, 날 잘 모르는 사람, 나를 배척하는 사람과도 잘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타인을 어떻게 궁금해하고 탐구할 수 있을까요. 굳이 좋아하지 말고 궁금해 해보세요. 당신을 좋아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가진 세계를 존중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보세요.
누구나 삶의 관찰자가 필요합니다. 관찰 대상을 사랑할 필요는 없어요. 존중의 시선으로 바라봐주면 됩니다. 우리는 수많은 시간이 쌓여서 우리가 됩니다. 상황에 따라서 굉장히 다른 얼굴과 다른 자아와 다른 페르소나를 가진 인격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당신이라면 어떤 질문을 받고 싶을까, 어떻게 쓰여지고 싶을까?’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삶에 어떤 장면을 지나고 있을까 상상하면 좋아요. 시선을 바꿔서 보기 시작하면 일상이 다르게 보입니다.
처음부터 좌우명이 어떻게 되세요? 인생의 미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라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큰 질문과 큰 대답으로는 사람을 알기 어려워요. 저 사람의 하루 루틴은 어떻게 될까? 저 사람은 아침에 무엇을 먹을까? 지하철을 탈까? 운전을 할까?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구체적 장면 안에 상대방을 넣으면,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 왕자처럼 궁금해해야 합니다. 저 사람을 좋아하진 않겠지만 이해해 보려 남들은 안 물어볼 것 같은 질문을 던져볼까요. 내일 지구가 끝난다면 오늘은 무엇을 먹을 것인지 등 생소한 질문을 던지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소중한 순간이었던 시간을 상대에게 묻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학교 때 어떤 학생이었어요? 라는 질문보다 입학식 날 뭐 하셨어요? 수강 신청에 성공했던 기억은? 첫 소개팅을 했던 날 준비했던 질문은? 등 서로가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좋은 순간에 대해 질문하면 상대를 알아가기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유튜브의 요정재형 채널을 최근 많이 봅니다. 인상깊었던 질문과 답변을 소개드려요.
Q. 너는 어떤 너의 어떤 재능을 믿고 개그맨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A. 친구들 사이에서 웃긴 사람이라 웃긴건 알고 있었는데 막상 대학을 갈 때는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컴퓨터 공학과에 들어가게 됐어요…
요정재형 채널의 진행자인 정재형씨는 질문에 있어서 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저도 질문을 해본다면 어떻게 개그맨이 되셨어요?라고 물었을 것 같거든요. 인터뷰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지만 왜 한 번도 이렇게 질문을 안했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외에 다른 편에서도 게스트와 즉흥적으로 나누는 모든 질문에서 상대방을 많이 배려하고 이해한다고 느껴졌습니다. 똑같은 질문도 이렇게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람을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타인이 가진 세계를 관찰하면 나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영감이 생깁니다. 사람을 관찰하다 보면, 자연히 스스로를 관찰하기 때문이죠. 처음 제가 자기소개 페이지를 준비한 것처럼 북토크에 오신 멤버들도 자기를 표현하는 단어들을 한번 정리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해 가면 나와 타인에 대한 태도가 변합니다. 타인에게 묻고 싶은 것은 나에게 되물어도 좋습니다. VOGUE에 73개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 콘텐츠가 있는데, 이 영상도 꼭 한번 보시며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73개가 너무 많다면, 하루에 하나의 질문만 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오늘의 질문을 찾기 위해선 주변의 마침표를 물음표로 바꿔도 됩니다. 그동안 내가 피해 왔던, 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불편했던 질문들도 던지며 자신을 좀 더 그려보고, 스스로를 아껴주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