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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저자 북토크] 오래된 물건에 진심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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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신는 구두, 안산 목공소에서 구매한 진다이(화산재 등에 묻혀 썩지 않고 수천 년 이상 지난 특수 목재), 벨트, 그릇, 조명 등 해외 출장 때마다 사 온 각종 빈티지 상품. 왜 찬용님은 오래된 물건에 진심일까요?

박찬용 에디터의 여덟 번째 책 《오래된 물건에 진심》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오래된 물건에 진심》 책은 어크로스 출판사의 진심 시리즈 중 첫 책입니다. 기존에 발표한 원고를 바탕으로 하되 모두 다 새로 쓴 글이라고 합니다. 2018년 첫 책 《잡지의 사생활》부터 《모던 키친》, 《서울의 어느 집》까지, 찬용님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HFK의 저자 북토크로 찬용님을 초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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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물건이 싸기 때문입니다

왜 오래된 물건을 쓰느냐는 질문에 대한 찬용님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좋은 물건인데 싸기 때문입니다. 좋은 것과 싼 것, 둘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았으면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오래된 물건은 거의 다 실제로 쓰는 물건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오늘날까지 사용성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품질 기준을 만족시킨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대량 생산 시대 이후에 만들어진 물건은 오래됐어도 신품과 기능 차이가 거의 없어서, 40~50년 된 청바지도 입을 수 있고 몇백 년 된 접시도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모든 중고품은 하나뿐인 에디션이라는 점도 특별합니다.

가장 최근에 산 물건은 얼마 전 도쿄 출장길에 들른 변두리 벼룩시장의 비취 옥잔입니다. 한국에서는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물건이고, 옥이라서 빛에 비추면 잔이 환하게 밝아집니다. 그런데 오래된 잔은 먼지가 앉아 지저분해서 호텔 방에서 하나씩 씻어 와야 합니다. 씻을 때마다 '참 한심하다' 싶으면서도 멈추지 않고 또 뭔가를 사고 있다고 했습니다.

고쳐 쓰는 사람의 해피엔딩

책에 나온 물건들의 실제 모습이 슬라이드와 함께 이어졌습니다. 스위스의 인적 없는 중고품 가게에서 몇 프랑에 사 온 나무 쟁반은 가방 안에서 두 쪽으로 쪼개졌습니다. 목공을 배운 공방 스튜디오 식목일에서 접착제로 붙여 지금도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고장이 나 못 쓰게 됐다고 버리면 애써 사 온 노력이 헛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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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팩 캔버스 캐리어는 바퀴 하나가 멈췄는데 이미 단종된 모델이라, 오픈마켓에서 스페어 바퀴를 주문해 직접 교체했습니다. 여행 가방 바퀴는 인라인 스케이트 바퀴와 규격이 호환되고, 베어링이 들어 있어 굴러가는 감각이 리모와 못지않다는 팁도 나왔습니다. 2018년 바젤 시계 박람회 출장에서 사 온 오래된 스위치 7개는 5년 뒤 집 공사 마지막 단계에 설치하려다 초인종이란 것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유럽 빈티지 초인종 7개는 아직도 집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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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앉아 물건을 만지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진다이는 화산재에 묻혀 탄화된 나무입니다. 썩지 않고 오래 가서 일본에서는 고급 소재로 대접받습니다. 3년 전 DDP에서 열린 카르티에 전시 〈시간의 결정〉에서 이 소재를 알게 됐고, 뒤에 안성 죽산목공소에서 5만 원짜리 작은 토막을 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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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고수가 많습니다

찬용님이 드나드는 시장의 폭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코로나 시기 인천 부두의 압류차 공매장에서 만난 90년대 클래식카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한국에 정식으로 들어온 적 없는 모델인데 상태가 좋았고, 시작가가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이틀을 고민한 끝에 입찰가를 써냈는데 낙찰가는 예상보다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입찰자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내가 물건 좀 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세상에는 고수가 많은 것이죠.

매주 주말 동대문에서는 어떤 원단이든 천 원인 원단 시장이 열린다고 합니다. 판매자가 원단에 대해 아무 정보도 알려주지 않아서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단은 내 눈과 손밖에 없는 곳입니다. 오히려 스스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느껴져서 좋아하는 장소라고 했습니다. 오래된 물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도 정리해 주었습니다. 수집은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취미이고, 20세기 후반 생산품이 21세기 제품보다 품질이 높을 때도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Q. 이 물건을 살지 말지, 그리고 적정 가격은 얼마인지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찬용님은 둘 다 기준이 없어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답했습니다. 다만 해외 여행에서 빈티지 상품을 둘러볼 땐,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물건이고 감당 가능한 값이면 일단 구매한다고 했습니다. 적정 가격에 대해서는 특정 품목을 좋아하다 보면 평균값의 감이 잡히고, 거기에 개인의 가중치를 더해 그 안에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 산 물건 이야기도 함께 나왔습니다. 얼마 전 다녀온 말레이시아 페낭에는 100년 넘은 호텔이 있는데, 그 호텔이 쓰던 오리지널 접시를 구할 수 있으면 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갔습니다. 도착 첫날 들어간 카페에 그 접시가 장식품으로 놓여 있었고, 물어보니 호텔에 가 보라고 했습니다. 호텔 기프트숍에서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접시를 실제로 팔고 있었습니다. 다만 한 장에 10만 원이었습니다. 물가가 싼 나라에서 호텔 로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10만 원을 쓰는 게 맞나 싶어 사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Q. 가진 것 중 가장 오래된 물건과 가장 오래 쓴 물건은 무엇인가요?

가장 오래된 물건으로는 개인적으로 골동품을 모은다는 대학원생에게 8만 5천 원에 산 수백 년 된 잔을 꼽았습니다. 원룸 앞에서 골동품을 거래하는 그 장면 자체가 인상적이었다고 했습니다. 가장 오래 쓴 물건은 지금도 신는 구두입니다. 구입한 지 20년이 넘었고 물건 자체는 40~50년쯤 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Q. 책에 사진이 하나도 없는 이유가 있나요?

만화책처럼 재미있게 읽었다는 한 멤버가 북토크에서 물건 사진을 처음 보고서야 책에 사진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물었습니다. 찬용님은 사진이 있고 없고는 서로 다른 기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사진이 들어간다고 생각했다면 이런 스타일의 원고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저자와 편집자 모두 사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해요.

Q. 한국 사람들의 취향이 빨리 바뀌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급속한 근대화와 대기업 위주의 유통 환경이 만나 생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이제 한국도 잘 살게 되면서 자기 세대와 그보다 어린 세대가 더 고도화된 기호를 갖게 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그 사이에서 어떤 메시지와 물건을 팔지가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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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연결될 때, 

성장은 더 멀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