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에게 물으면 웬만한 답은 1초 만에 돌아옵니다. 그런데도 회사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왜 여전히 어렵게 느껴질까요? 《하이브리드 씽킹》의 저자 정병익 님은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를 퍼즐과 미스테리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눴습니다. 퍼즐은 AI를 활용해 로지컬 씽킹으로 풀 수 있는 문제인 반면, 미스테리는 엉켜있는 실타래라 논리적인 사고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죠. 로지컬 씽킹, 디자인 씽킹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퍼즐같은 문제만 있지 않습니다. 이 날 북토크에서는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을 모두 요구하는 하이브리드 씽킹이 무엇인지, 언제, 왜 필요한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저자 정병익: KPMG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BCG에서 컨설턴트로 일했고, LG전자 전략팀을 거쳐 MBA를 마친 뒤 다시 BCG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에서 교수로, 부산의 한 대학에서 국제대학 학장을 지냈고, 지금은 앤더슨의 컨설턴트로 대학을 클라이언트 삼아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같은 차로 모든 길을 달릴 수 있을까
저자는 문제 해결 방법이 그동안 두 가지뿐이었다고 짚었습니다. 논리적으로 정답을 찾아가는 로지컬 씽킹, 그리고 공감에서 출발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디자인 씽킹입니다. 대부분 방법론의 80~90%가 이 둘 중 하나죠. 문제는 세상의 문제가 수천 수만 가지인데 두 가지 방법으로만 풀어 왔다는 데 있습니다.

그는 도로와 자동차에 빗대 설명했습니다. 목적지에 가려면 차를 몰아야 하는데, 길이 고속도로인지 비포장도로인지에 따라 다른 차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문제의 성격을 보지 않고 익숙한 방식만 고수했던건 아닐까요? 게다가 같은 도로를 달려도 어떤 기어를 넣느냐가 중요하고, 같은 전진 기어라도 몇 단을 넣느냐에 따라 갈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집니다.
퍼즐은 사칙연산이나 정해진 원칙을 알면 풀리는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주니어가, 혹은 주니어가 AI를 써서 해결할 겁니다. 반대로 실타래처럼 얽힌 미스터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높은 사고 역량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그 역량이 바로 하이브리드 씽킹이라고 했습니다.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은 무엇이 다른가
저자는 혼자 설명하기보다 멤버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두 사고 방식의 차이를 찾아갔습니다. 맥킨지의 7 Steps(문제 정의, 구조화, 우선순위, 작업 계획, 분석, 종합, 권고)와 스탠퍼드 디스쿨의 5 Steps(공감, 문제 정의, 아이디어,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나란히 두고 물었습니다. 무엇이 다른가요?

첫째는 공감의 유무입니다. 로지컬 씽킹에서는 문제를 클라이언트나 상사가 가져다줍니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스마트폰 재진입 전략을 짜 달라는 식으로 문제가 주어집니다. 디자인 씽킹의 경우 문제를 제시하지 않습니다. 상황과 맥락만 있을 뿐, 고객이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공감하고 문제를 스스로 정의해야 합니다. 한 멤버는 로지컬은 드러난 숫자에서 문제를 끄집어내고 디자인은 정서와 상황을 먼저 본다고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둘째는 결과물과 반복입니다. 로지컬 씽킹은 윗사람의 의사결정을 도울 보고서로 끝납니다. 그러나 디자인 씽킹의 결과물은 고객이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무언가입니다. 프레임워크의 진행 방향도 한 방향으로 직진하지 않고 왔다 갔다 문제 정의와 도출 과정을 수정해가며 결과물이 더 뾰족해집니다.

셋째는 수렴과 발산입니다. 로지컬 씽킹은 옵션을 좁혀가며 최선의 답 하나로 수렴합니다. 디자인 씽킹은 아이디어를 낼 땐 발산했다가, 문제를 정의할 땐 수렴하기를 여러 번 되풀이합니다. 그래서 더블 다이아몬드라고도 부릅니다.
정답이 없는 추론, 귀추
저자가 특히 힘줘 이야기한 대목은 귀추법이었습니다. 연역과 귀납은 익숙합니다. 연역은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는 삼단논법이고, 귀납은 관찰한 데이터로 일반화하는 방식입니다. 둘 다 정답이 있는 이분법입니다.
- 연역법: 일반 법칙에서 결론을 끌어냄. "모든 사람은 죽는다 →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 소크라테스도 죽는다." 결론이 반드시 참.
- 귀납법: 여러 관찰을 모아 법칙을 세움. "지금까지 본 백조는 다 희다 → 백조는 희다." 데이터가 쌓이면 확률이 올라감.
- 귀추법: 눈앞의 현상을 보고 "이걸 가장 잘 설명하는 가설은 뭘까"로 시작함. 아직 없는 것, 있을 법한 것을 짚는 추론.

연역과 귀납은 "무엇이 있는가(what is)"를 다루고, 귀추법은 "무엇이 있을 수 있는가(what might be)"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른다." 라고 말했던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인 예 입니다. 아직 세상에 없는 물건은 설문을 해 볼 대상 자체도 없으니까요. 저자는 MBA 시절 만난 지인들은 연역과 귀납과 귀추를 세트로 알고 있었는데 정작 자신은 귀추를 몰랐다며, 정답 있는 문제에 익숙한 교육 탓 아닐까라고 말했습니다.
문제 유형 매트릭스와 세 단계
재무와 회계, 생산 프로세스, 예산이나 불량률, 수익성 분석과 M&A 실사 같은 문제는 로지컬 씽킹으로 충분합니다. 신사업 아이디어나 조직문화 개선, 고객경험 설계, 브랜드 정체성은 디자인 씽킹으로 풀립니다. 어려운 건 그 사이에 있는 문제들입니다. 감정과 경험을 다루면서도 수렴이 필요하거나, 데이터를 다루면서도 발산이 필요한 영역에서 필요한 사고가 하이브리드 씽킹입니다.

저자는 문제 해결의 세 단계를 제시합니다. 문제를 찾는 Discover, 솔루션을 만드는 Develop, 결과를 구현하는 Deliver로 요약됩니다. 단계별로 로지컬(L)과 디자인(D)이라는 사고를 적용하면 여섯 가지 하이브리드 패턴이 나옵니다. L-L-D, L-D-L, L-D-D, D-D-L, D-L-L, D-L-D입니다. 순수한 로지컬(L-L-L)과 디자인(D-D-D)까지 더하면 여덟 가지 문제 해결 패턴이 됩니다.
위워크는 왜 무너졌나
위워크는 처음에 공간을 임대하는 회사가 아니라 일하는 경험을 판다고 내세웠습니다. 그저 사무실이 아니라 있어 보이는 미래를 판다는 것이었죠. 2010년에 나와 2019년까지 전 세계 지점을 80~90개로 늘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코로나를 지나며 결국 파산에 이르렀습니다.

흔히 꼽는 실패 원인은 불안정한 수익 모델, 무리한 확장, 방만한 경영, 지배구조 리스크, 코로나입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원인을 하나만 꼽으면 무엇일까요? 저자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위워크는 커뮤니티와 경험을 파는 회사였으니 D-D-L의 형태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스케일업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원하는 좌석 판매와 점유율, 지점 확장 같은 숫자를 달성해야 하며 D-L-L의 형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실수는 D, L 기어의 단수였습니다. 위워크는 장기 임대를 떠안고 고정비를 계속 내면서 이를 변동비로 바꿔야 돈이 되는 사업입니다. 코로나 자체는 예측하기 어려웠어도, 일하는 방식의 변화나 리스크는 시나리오로 짚어 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계산을 얕게 하지 않았냐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었습니다. 고정비를 얼마나 탄력적으로 운영할지, 리스크를 어디까지 고도화할지 치열하게 파고들어야 했는데 느슨하게 끝냈다는 겁니다.

기어에도 단수가 있다
저자는 D와 L 기어를 바꾸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같은 로지컬 기어도 L1부터 L3까지, 디자인 기어도 D1부터 D3까지 깊이가 다릅니다. L1이 사원과 대리가 한 달이면 하는 기본 분석이라면, L2는 변수 사이의 관계와 제약, 트레이드오프, 시나리오를 따지는 수준이고, L3는 큰 비용을 들여 몇 달동안 파고드는 분석을 하는 깊이입니다. 기어를 바꿀 때는 정말 바꾸는 게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고, 어느 단수까지 치열하게 끌고 갈지도 함께 정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공간 기획을 하는 멤버와의 문답도 이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멤버의 프로젝트의 경우 보통 DLD로 흘러간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공간을 찾은 사람의 감상을 떠올리며 계획을 잡고, 중간엔 법이나 예산 같은 현실을 반영한 다음, 마지막엔 원래 의도를 살리는 디테일을 한 스푼 더한다는 겁니다. 만약 마지막 단계를 로지컬로 끝내 버리면 클라이언트에게 공간 비용과 같은 숫자만 남고, 공간이 남겨야 할 여운이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그 설명에 감탄하며, 기어를 바꾸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아 팀에서 역할을 나누기도 하지만 리더는 두 기어를 오갈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Q&A
Q. 흩어져 있던 로지컬 조직과 디자인 조직이 하나로 융합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저자는 신제품 전략을 예로 들었습니다. 과거의 컨설팅사는 고객 인터뷰와 경쟁사 벤치마킹, 트렌드 분석으로 답을 냈습니다. 여기에 디자인 부티크가 결합하면, 컨설턴트가 하기 어려운 고객 공감과 페르소나 몰입은 디자인 쪽이 맡고, 그 인사이트를 솔루션으로 옮기는 일은 전략 쪽이 맡는 이원화가 일어난다고 봤습니다. 다만 그 위의 총괄 PM은 두 기어를 오가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실제로 BCG와 맥킨지, 딜로이트, 액센추어 같은 전략 컨설팅사들이 디자인 회사를 하나씩 인수하고 있습니다.

AI에게 물으면 웬만한 답은 1초 만에 돌아옵니다. 그런데도 회사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왜 여전히 어렵게 느껴질까요? 《하이브리드 씽킹》의 저자 정병익 님은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를 퍼즐과 미스테리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눴습니다. 퍼즐은 AI를 활용해 로지컬 씽킹으로 풀 수 있는 문제인 반면, 미스테리는 엉켜있는 실타래라 논리적인 사고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죠. 로지컬 씽킹, 디자인 씽킹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퍼즐같은 문제만 있지 않습니다. 이 날 북토크에서는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을 모두 요구하는 하이브리드 씽킹이 무엇인지, 언제, 왜 필요한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저자 정병익: KPMG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BCG에서 컨설턴트로 일했고, LG전자 전략팀을 거쳐 MBA를 마친 뒤 다시 BCG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에서 교수로, 부산의 한 대학에서 국제대학 학장을 지냈고, 지금은 앤더슨의 컨설턴트로 대학을 클라이언트 삼아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같은 차로 모든 길을 달릴 수 있을까
저자는 문제 해결 방법이 그동안 두 가지뿐이었다고 짚었습니다. 논리적으로 정답을 찾아가는 로지컬 씽킹, 그리고 공감에서 출발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디자인 씽킹입니다. 대부분 방법론의 80~90%가 이 둘 중 하나죠. 문제는 세상의 문제가 수천 수만 가지인데 두 가지 방법으로만 풀어 왔다는 데 있습니다.
그는 도로와 자동차에 빗대 설명했습니다. 목적지에 가려면 차를 몰아야 하는데, 길이 고속도로인지 비포장도로인지에 따라 다른 차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문제의 성격을 보지 않고 익숙한 방식만 고수했던건 아닐까요? 게다가 같은 도로를 달려도 어떤 기어를 넣느냐가 중요하고, 같은 전진 기어라도 몇 단을 넣느냐에 따라 갈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집니다.
퍼즐은 사칙연산이나 정해진 원칙을 알면 풀리는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주니어가, 혹은 주니어가 AI를 써서 해결할 겁니다. 반대로 실타래처럼 얽힌 미스터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높은 사고 역량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그 역량이 바로 하이브리드 씽킹이라고 했습니다.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은 무엇이 다른가
저자는 혼자 설명하기보다 멤버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두 사고 방식의 차이를 찾아갔습니다. 맥킨지의 7 Steps(문제 정의, 구조화, 우선순위, 작업 계획, 분석, 종합, 권고)와 스탠퍼드 디스쿨의 5 Steps(공감, 문제 정의, 아이디어,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나란히 두고 물었습니다. 무엇이 다른가요?
첫째는 공감의 유무입니다. 로지컬 씽킹에서는 문제를 클라이언트나 상사가 가져다줍니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스마트폰 재진입 전략을 짜 달라는 식으로 문제가 주어집니다. 디자인 씽킹의 경우 문제를 제시하지 않습니다. 상황과 맥락만 있을 뿐, 고객이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공감하고 문제를 스스로 정의해야 합니다. 한 멤버는 로지컬은 드러난 숫자에서 문제를 끄집어내고 디자인은 정서와 상황을 먼저 본다고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둘째는 결과물과 반복입니다. 로지컬 씽킹은 윗사람의 의사결정을 도울 보고서로 끝납니다. 그러나 디자인 씽킹의 결과물은 고객이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무언가입니다. 프레임워크의 진행 방향도 한 방향으로 직진하지 않고 왔다 갔다 문제 정의와 도출 과정을 수정해가며 결과물이 더 뾰족해집니다.
셋째는 수렴과 발산입니다. 로지컬 씽킹은 옵션을 좁혀가며 최선의 답 하나로 수렴합니다. 디자인 씽킹은 아이디어를 낼 땐 발산했다가, 문제를 정의할 땐 수렴하기를 여러 번 되풀이합니다. 그래서 더블 다이아몬드라고도 부릅니다.
정답이 없는 추론, 귀추
저자가 특히 힘줘 이야기한 대목은 귀추법이었습니다. 연역과 귀납은 익숙합니다. 연역은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는 삼단논법이고, 귀납은 관찰한 데이터로 일반화하는 방식입니다. 둘 다 정답이 있는 이분법입니다.
연역과 귀납은 "무엇이 있는가(what is)"를 다루고, 귀추법은 "무엇이 있을 수 있는가(what might be)"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른다." 라고 말했던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인 예 입니다. 아직 세상에 없는 물건은 설문을 해 볼 대상 자체도 없으니까요. 저자는 MBA 시절 만난 지인들은 연역과 귀납과 귀추를 세트로 알고 있었는데 정작 자신은 귀추를 몰랐다며, 정답 있는 문제에 익숙한 교육 탓 아닐까라고 말했습니다.
문제 유형 매트릭스와 세 단계
재무와 회계, 생산 프로세스, 예산이나 불량률, 수익성 분석과 M&A 실사 같은 문제는 로지컬 씽킹으로 충분합니다. 신사업 아이디어나 조직문화 개선, 고객경험 설계, 브랜드 정체성은 디자인 씽킹으로 풀립니다. 어려운 건 그 사이에 있는 문제들입니다. 감정과 경험을 다루면서도 수렴이 필요하거나, 데이터를 다루면서도 발산이 필요한 영역에서 필요한 사고가 하이브리드 씽킹입니다.
저자는 문제 해결의 세 단계를 제시합니다. 문제를 찾는 Discover, 솔루션을 만드는 Develop, 결과를 구현하는 Deliver로 요약됩니다. 단계별로 로지컬(L)과 디자인(D)이라는 사고를 적용하면 여섯 가지 하이브리드 패턴이 나옵니다. L-L-D, L-D-L, L-D-D, D-D-L, D-L-L, D-L-D입니다. 순수한 로지컬(L-L-L)과 디자인(D-D-D)까지 더하면 여덟 가지 문제 해결 패턴이 됩니다.
위워크는 왜 무너졌나
위워크는 처음에 공간을 임대하는 회사가 아니라 일하는 경험을 판다고 내세웠습니다. 그저 사무실이 아니라 있어 보이는 미래를 판다는 것이었죠. 2010년에 나와 2019년까지 전 세계 지점을 80~90개로 늘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코로나를 지나며 결국 파산에 이르렀습니다.
흔히 꼽는 실패 원인은 불안정한 수익 모델, 무리한 확장, 방만한 경영, 지배구조 리스크, 코로나입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원인을 하나만 꼽으면 무엇일까요? 저자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위워크는 커뮤니티와 경험을 파는 회사였으니 D-D-L의 형태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스케일업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원하는 좌석 판매와 점유율, 지점 확장 같은 숫자를 달성해야 하며 D-L-L의 형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실수는 D, L 기어의 단수였습니다. 위워크는 장기 임대를 떠안고 고정비를 계속 내면서 이를 변동비로 바꿔야 돈이 되는 사업입니다. 코로나 자체는 예측하기 어려웠어도, 일하는 방식의 변화나 리스크는 시나리오로 짚어 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계산을 얕게 하지 않았냐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었습니다. 고정비를 얼마나 탄력적으로 운영할지, 리스크를 어디까지 고도화할지 치열하게 파고들어야 했는데 느슨하게 끝냈다는 겁니다.
기어에도 단수가 있다
저자는 D와 L 기어를 바꾸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같은 로지컬 기어도 L1부터 L3까지, 디자인 기어도 D1부터 D3까지 깊이가 다릅니다. L1이 사원과 대리가 한 달이면 하는 기본 분석이라면, L2는 변수 사이의 관계와 제약, 트레이드오프, 시나리오를 따지는 수준이고, L3는 큰 비용을 들여 몇 달동안 파고드는 분석을 하는 깊이입니다. 기어를 바꿀 때는 정말 바꾸는 게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고, 어느 단수까지 치열하게 끌고 갈지도 함께 정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공간 기획을 하는 멤버와의 문답도 이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멤버의 프로젝트의 경우 보통 DLD로 흘러간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공간을 찾은 사람의 감상을 떠올리며 계획을 잡고, 중간엔 법이나 예산 같은 현실을 반영한 다음, 마지막엔 원래 의도를 살리는 디테일을 한 스푼 더한다는 겁니다. 만약 마지막 단계를 로지컬로 끝내 버리면 클라이언트에게 공간 비용과 같은 숫자만 남고, 공간이 남겨야 할 여운이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그 설명에 감탄하며, 기어를 바꾸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아 팀에서 역할을 나누기도 하지만 리더는 두 기어를 오갈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Q&A
Q. 흩어져 있던 로지컬 조직과 디자인 조직이 하나로 융합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저자는 신제품 전략을 예로 들었습니다. 과거의 컨설팅사는 고객 인터뷰와 경쟁사 벤치마킹, 트렌드 분석으로 답을 냈습니다. 여기에 디자인 부티크가 결합하면, 컨설턴트가 하기 어려운 고객 공감과 페르소나 몰입은 디자인 쪽이 맡고, 그 인사이트를 솔루션으로 옮기는 일은 전략 쪽이 맡는 이원화가 일어난다고 봤습니다. 다만 그 위의 총괄 PM은 두 기어를 오가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실제로 BCG와 맥킨지, 딜로이트, 액센추어 같은 전략 컨설팅사들이 디자인 회사를 하나씩 인수하고 있습니다.